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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 부는 '샌더스 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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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9 16:42:52 수정 : 2016-02-09 17: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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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 ‘샌더스 열풍’이 한창이다.

버니 샌더스 미국 버몬트주 상원의원은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거물’ 힐러리 클린턴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연일 선전하고 있다. 2015년 당적도 없었던 그가 미국 민주당에 입당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르겠다고 했을 때 이같은 돌풍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샌더스 열풍은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4·13 총선 정국이 가까워 오며 한국 야권이 특히 샌더스에 주목하고 있다. 왜 그럴까?

◆한국 야당은 왜 샌더스를 찾을까

샌더스의 정치적 성향은 미국 정치권에 드문 ‘민주적 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t)’에 가깝다. 그는 사회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부자 증세를 역설하며, 이는 공화당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해법과 대척점에 서 있다. 2010년 샌더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부자 감세’ 법안 합의를 비판하기 위해 상원의회에서 장장 8시간37분 동안 의사 진행 방해(필리버스터) 연설을 했다.

샌더스는 기존의 양당 구조에 속하지 않는 이단아적 기질을 가졌다. 부자 증세와 사회 불평등 해소는 현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 성향이 한국 야당에 꼭 들어맞지 않지만, 대강의 골격이 유사하다. 게다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미국 대선에 나타난 스타성 있는 진보 정치인이라는 점이 야권에는 더 없이 매력적인 카드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자신을 버니 샌더스 후보와 비교하며 sns에 올린 글.

◆安, 주먹 불끈 쥐고…“나와 비슷해요”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샌더스를 본인에 비유했다. 지난 4일 광주에서 열린 공정성장 토론회에서 그는 샌더스의 ‘분노의 주먹’ 사진을 언급하며 “저도 대표 수락 연설 때 싸우겠다고 외치며 주먹을 쥐고 여러 번 강조했던 기억이 나는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공정성장론’ 파트너인 고려대 장하성 교수도 “샌더스 현상에서 위대한 혁명의 조짐을 봤다”며 “젊은 층의 분노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안 대표는 4일 트위터에 올리는 글에 ‘(주먹)’이라는 꼬리말과 이모티콘을 달았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를 포기하는 척박한 세상과 싸우겠습니다(주먹)’, ‘성실하게 일해도 노후를 걱정해야하는 세상과 싸우겠습니다(주먹)’, ‘오늘 서울과 평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총부리를 겨누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낡은 분단체제와 싸우겠습니다(주먹)’, 등이 안 대표가 올린 트윗글이다.

안 대표의 지지층과 국민의당의 정치적 성향은 샌더스에 비해 오른쪽에 서 있다. 그럼에도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샌더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샌더스가 공화당·민주당의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있던 ‘제3세력’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양당 체제 극복’과 연결 고리를 갖는 것이다.

◆더민주, “샌더스 돌풍은 더불어성장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샌더스 돌풍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며 “더불어성장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샌더스가 강조해온 불평등 해소는 ‘금수저-흙수저론’과 연결되는 것으로, 이걸 극복 못하면 자본주의든 민주주의든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민주화’를 최초로 헌법 명문에 성안시킨 인물로 알려진 김 위원장에게 샌더스의 증세론은 매력적인 카드다. 제 1야당의 선거대책위와 비대위를 모두 떠맡은 그에게 샌더스 열풍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41년생인 샌더스가 점화한 소득 불평등 및 사회 양극화 문제에 대해 미국 젊은이들이 반응하는 것은 1940년생인 김 위원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샌더스 열풍에 관심을 갖는 이는 김 위원장 외에 박영선 비대위원이 있다. 평소 ‘재벌 저격수’를 자처해온 박 위원은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샌더스 열풍이 세상을 흔들고 있다.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라며 “더민주는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정책을 진심으로 고민해 흙수저에게 희망을 주는 새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샌더스 돌풍은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의 현실에 대한 미국 사회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며 “70대 노인에게 호응한 미국 청년들의 투표가 미국 정치에 큰 지각변동을 끌어내는 것을 보면 투표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얼마나 위력적 힘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열풍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야권의 샌더스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샌더스와 유사한 견해를 갖고 양당 구조 밖에서 활동해 온 진보 정당 정치인들에게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샌더스 마케팅’은 곱지 않게 비친다.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샌더스가 정책적 관심사, 정치적 성향과 관계 없이 야권 이곳저곳에서 회자되는 게 불편한 것이다.

정의당 노회찬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샌더스의 높은 지지율이 부럽다면 안 대표는 진보적 정책과 과감한 선거 연대를 해야 할 것”이라며 “공부 안 하고 성적 좋기를 바라는 학생 같다”고 말했다. 진보적 정책 노선의 소유자로 미국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시도하면서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샌더스 후보와 정책 노선도 다르고 선거연대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안 대표가 ‘제2 샌더스’가 되겠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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