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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설' 맞는 팽목항에 차례상과 떡국은 없다

입력 : 2016-02-06 10:59:40 수정 : 2016-02-06 10: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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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 설 명절이 코앞으로 찾아왔지만 6일 미수습자 가족들이 끝없는 기다림이 이어가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명절 음식으로 차려진 차례상, 떡국 한 사발도 보이지 않았다.

설이 다가오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진도 팽목항, 안산분향소, 서울 광화문 등에서 떡국을 나눠 먹거나 차례상을 함께 차릴 것을 제안했지만 미수습 가족들은 손사래를 쳤다.

가족을 찾지 못해 장례도 못 치르는 데 차례상이 웬 말이라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두 번의 설이 지나는 동안 맹골수도의 차가운 바다에 빠진 딸은 떡국 한 그릇 먹지 못했는데 어느덧 두 살을 더 먹었다.

단원고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47) 씨는 "18살에 수학여행 떠난 딸이 어느덧 20살이 됐지만, 고작 하루 이틀 지난 거 같다"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번 설에도 팽목에 내려와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유족들이 시민에게 떡국을 나눠준다거나 차례상을 차린다거나 이런저런 명절 행사를 상의했지만 딸을 찾지도 못했는데 무슨 차례상을 차리고, 떡국을 먹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명절이 오면 더 서늘해지고, 더 아픈 마음에 아직 살려놓은 은화 휴대전화 번호로 '은화야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네가 없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라고메시지를 가끔 보내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팽목항과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경황이 없어 쉬지 못하고 먹지 못하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아이들을 찾으려면 기운 내야 한다"며 물 먹이고 등 두드려 주는 국민들의 사랑을 생각해 다시 힘을 내는 이씨다.

명절을 앞두고 바다에 꽃이라도 던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 사람의 제안에 이씨는 "우리 은화는 돈을 더 좋아하는데…"며 세뱃돈도 못 주는 안타까운 부모 마음을 웃음으로 삭였다. 

광주=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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