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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당신은 대한민국 평균 관객입니까?

입력 : 2016-02-06 14:02:00 수정 : 2016-02-06 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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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가 발표되었다. 연 매출액이 2014년에 이어 2조원을 돌파했고, 관객 수도 2억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 자료에서 다른 통계치를 살펴보며 자신의 영화 관람 패턴을 파악해보는 일도 꽤 유익할 것 같다. 본인이 대세를 따른 관객이었는지 아니었는지도 헤아려 보고, 2016년 영화 관람방향 설정 정도를 계획해보는 차원에서 말이다.

- 내가 본 영화는 몇 편?

2015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는 모두 1176편이었다. 한국영화 232편, 외국영화 944편 정말 많이도 개봉되었다. 그중 본인은 몇 편을 보았는지? 아마 이렇게나 많은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개봉 규모가 작은 영화들이 많았으니, 만은 영화들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

만약 1천 편이 넘는 개봉 영화 중 4편 이상의 영화를 봤다면, 본인은 평균 치 이상의 영화를 본 관객이라 할 수 있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영화 관람 횟수가 4.22회이니 말이다. 사실 이 수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영화관을 4번 이상 찾았다면, 세계적으로도 꽤 많은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되는 셈이다.  

- 내가 본 영화의 국적은?

이번에는 본인이 본 영화들의 국적을 좀 살펴보자. 2015년 우리나라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는 한국영화였다. 전체 영화 관객 중 52.2%의 관객이 한국영화를 봤고, 42.5%가 미국영화, 3.2%가 유럽영화, 1.8%가 일본영화, 0.1%가 중국영화를 봤다고 하는데, 대세를 따르는 관객이었는지?

사실 가까운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대규모 개봉 영화들의 대다수가 한국영화 아니면 미국영화인 것이 현실이다. 물론 모든 한국영화와 미국영화가 반드시 대규모로 개봉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과 미국의 작은 영화들이나 다른 나라의 영화들을 보기 위해서는 정보력과 발품이 필요한 상황이니,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 내가 방문한 영화관은?

2015년 전국 스크린 2424개 중 멀티플렉스 스크린은 94.6%인 2292개인데, 그중 관객들이 주로 찾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와 같은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스크린은 2235개로 전국 전체 스크린 중 92.2%나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비멀티플렉스 스크린은 132개뿐이다.

멀티플렉스의 관객 점유율이 98.4%이니 내가 방문한 영화관이 대부분 멀티플렉스인 것은 대세를 따른, 일반적인 관람 패턴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3대 멀티플렉스 스크린 수는 여전히 증가추세이니, 보고픈 작은 영화가 있다 해도, 비멀티플렉스 스크린까지 찾아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내가 본 ‘다양성 영화’는?

혹시 발품을 팔아 작은 규모로 개봉된 영화를 본 경험이 있다면, 본인은 매우 일반적이지 않은 관객이다. 모든 작은 규모의 영화를 포함한 통계 치는 아니지만, 2015년 ‘다양성 영화’로 분류된 영화는 349편이었고, 다양성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전체 관객 중 3.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14년 대비 다양성 영화의 개봉편수와 관객 수는 모두 감소했는데, 2014년에 이례적으로 3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 2013)와 ‘비긴 어게인’(감독 존 카니, 2013)와 같은 흥행 영화가 2015년에는 나오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2015년에는 ‘위플래쉬’(감독 다미엔 차젤레, 2014)가 159만 명 관객을 동원해 다양성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 해를 넘겨 상영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96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3위에서 10위를 차지한 ‘뮨: 달의 요정’(감독 알렉상드르 헤보얀 외, 2015) 32만 명,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감독 윌 핀 외, 2013) 30만 명,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 2014) 26만 명,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 2014) 25만 명, ‘아메리칸 셰프’(감독 존 파브로, 2014) 15만 명, ‘우먼 인 골드’(감독 사이먼 커티스, 2015) 14만 명, ‘화장’(감독 임권택, 2014) 14만 명, ‘심야식당’(감독 마츠오카 조지, 2015) 10만 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위 영화들 중 본 영화가 없거나, 낯익은 제목의 영화들조차 별로 없다고 역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관객 중 다양성 영화를 접한 3.8%라는 소수의 관객이 아니라, 96%에 해당하는 다수의 관객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2015년 한해 우리나라 관객들은 평균적으로 4편 정도의 영화를 3대 멀티플렉스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그리고 관람한 4편의 영화 중 2편은 한국영화, 나머지 2편은 미국영화였다. 본인은 이런 대세에 따른 관객이었는지? 아니면 대세를 거스른 관객이었는지?

2016년 한 해에는 통계 수치 중 소수에 해당하는 새로운 영화 관람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기분 전환이나 지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보는 영화를 발품 팔아 보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영화진흥위원회 사이트라도 일단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일일 박스오피스 표 근처에 작게 보이는 ‘더보기’를 클릭해, 개봉 사실 조차 몰랐던 영화들의 제목 정도의 정보는 확보하는 새해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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