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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은 했니? 결혼 안해?"… 정 나누려다 정 뗄라

입력 : 2016-02-05 19:34:21 수정 : 2016-02-05 19: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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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하반기 직장인이 된 A(30)씨는 한숨 돌린 것도 잠시 다가오는 설날에는 ‘결혼’과 관련한 잔소리를 들을까 걱정된다. “언제 취업하니?”라는 어른들 말씀에 표정관리가 힘들었던 그는 ‘취업’ 장애물은 넘었으나 아직 여자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보다 2살 많은 사촌형이 최근 결혼하면서 다음 ‘타자’는 자기가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턱 막힌다.

#2. 무용을 가르치는 B(32·여)씨는 이번 설에 어른들을 뵙지 않으려 한다. “또 안 가려고?”라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나왔지만, “결혼 언제 할 거니?”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머리 아픈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친구들이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터라 이번 설은 어느 때보다 쓸쓸하겠지만 그는 여행이나 잠시 다녀올 예정이다.

 

작년 추석연휴가 끝난 후, 트위터코리아는 우리나라 국민이 올린 추석 관련 트윗 12만500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1위를 차지한 ‘즐거운’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10위권 대다수가 부정적 단어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외에 △ ‘힘들다’ △ ‘울다’ △ ‘역겹다’ △ ‘적적하다’ △ ‘피로’ 등이었다.

표본 대상이 된 글이 모두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명절 보낸 이들의 생각을 추측할 '가늠자'는 된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언제부터 고난의 시간이 된 걸까?

5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설 명절을 기대하는 대학생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설을 기다리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4%가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32.9%는 “설날이 부담스럽고 기다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설이 기다려진다는 응답자는 18.7%에 그쳤다.

대학생들은 어른들의 잔소리 때문에 명절을 부담스러워했다.

아직 처지가 반듯하지 않아 어른들의 말씀을 견딜 자신이 없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2명(23.0%)이었다. ‘친지가 모이는 자리에 참석할 것인가’하는 질문에도 37.1%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어른들의 말씀을 더 힘들어했다. 대학생 응답자 65.0%가 “명절에 뵌 친척어른 인사에 마음 상한 적 있다”고 했는데, 이 같은 답을 한 여학생의 비율은 68.0%고, 남학생은 58.5%로 나타났다. 약 10%p 차이다.

네티즌들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식자랑하는 친척 어른이 꼴불견이라는 이도 있었고, 덕담은 못해줄망정 제발 기분 나쁜 말만은 하지 말라는 네티즌도 있었다.

공부에서 수능, 수능에서 대학, 대학에서 취업 그리고 회사와 결혼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가 이번에도 반복될 거라는 반응은 폭발적인 공감을 얻기도 했다.

명절은 가족 간의 정(情)을 확인하는 자리지 ‘이래라저래라’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말도 쏟아진다. 가족을 구성원이 아닌 경쟁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잔소리가 나오는 거라는 어떤 댓글에 네티즌들은 엄지를 ‘척’하고 들기도 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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