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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맞이한 대만 교민, "쯔위 사태 때문에 아직도 불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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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8 11:10:38 수정 : 2016-02-08 11: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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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적의 쯔위(왼쪽 네 번째) 등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걸그룹 트와이스.
“선거가 지나고 나니 한풀 꺾였지만 대만에서는 아직도 ‘쯔위 사태’ 때문에 피해를 보는 한국인이 많습니다.”

약 열흘간의 춘제(春節·음력설) 초반인 8일, 대만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쯔위 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이 다 돼가도록 끊길 기미가 안 보이는 ‘반한 기류’ 때문이다.

쯔위 사태는 국내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본명 저우쯔위·周子瑜)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기를 흔들었다가 자국 총통선거와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중심에 선 사건이다. 그러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대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국에 사과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대만인의 공분을 샀다.

대만 총통 선거 열기가 식고 춘제 연휴에 돌입하면서 반한 감정이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현지 교민들은 여전히 가슴을 졸이고 있다. 교민 A씨는 “아직도 한국식당이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한국이 대만을 6-3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모습.

지난달 쯔위 사태가 발생한 당시에는 훨씬 분위기가 험악했다. 식당을 비롯한 각종 공공 장소에 ‘한국인 출입 금지’ 문구가 나붙었고, 한인 교민들은 가능한 외출을 삼가면서 지낼 정도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만에 거주하는 한국인 규모는 유학생 등을 합쳐 총 4400여 명(2014년 기준·영주권자는 약 550명)이다. 2300만명 정도인 대만 전체 인구에 비하면 매우 적다 보니 ‘소수자’의 설움이 더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의 차이잉원(59)은 여당인 국민당의 주리룬 후보를 308만표 차로 따돌리고 105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에 등극했다. 민진당은 동시에 치러진 입법원 선거에서도 전체 의석의 60.1%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현지 교민들은 대만 역사상 가장 큰 표 차 승리에도 반한 감정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민 C씨는 “여당이었던 국민당은 선거 때마다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거론하며 ‘우리도 한국을 본받아 잘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며 “원래 야당의 우세가 확실하긴 했지만 쯔위 사태로 인해 선거 때마다 한국을 자주 언급했던 여당의 분위기가 훨씬 안 좋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내 반한 감정으로 인해 한인 교민들이 가슴 졸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과 대만이 맞붙는 각종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한인 교민들은 숨죽이면서 살아야 한다.
지난달 17일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에 당선된 차이잉원.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야구다. 야구는 대만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이다. 그러나 2010년과 2014년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연이어 한국이 대만을 꺾고 우승하는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대만은 한국의 벽에 가로막혀 고개를 떨궈야 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49kg급의 유력 금메달 후보였던 대만의 양수쥔(31)이 발 뒤꿈치에 불법 전자센서 패치를 붙였다는 이유로 실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대만에서는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인 학교에 계란을 투척하는 등 반한 감정을 유감없이 드러낸 바 있다. A씨는 “이번 쯔위 사태 때보다 2010년 태권도 사태 때가 분위기는 훨씬 험악했다”며 “특히 야구 경기 때는 ‘한국만 이기면 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일전보다 승리욕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2014년에는 재건축을 하게 된 타이베이의 한국초등학교가 1년 넘게 임시 부지를 정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교민 B씨는 “알고 보니 당시 인근 학교의 학부모회에서 한국인을 돕지 말라는 의견이 빗발쳤다”고 말했다.

반한 감정이 지속하면서 국내 관광업계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을 찾는 대만 관광객은 2012년 이후 연간 50만명 이상을 유지하며 중국과 일본, 미국에 이어 4위권을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 관광객은 한류 때문에 한국을 찾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편”이라며 “반한 감정으로 인해 증가세가 꺾일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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