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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은행장은 낙하산 인사들이 따놓은 당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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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5 19:21:19 수정 : 2016-02-05 19: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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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KDB산업은행 차기 회장 자리에 앉을 모양이다. 청와대에 임명 제청한 금융위원회는 그제 “은행 및 증권회사의 투자은행(IB) 업무 경험이 풍부한 이 내정자를 산은의 당면한 기업구조조정 추진과 실물경제의 활력을 적극 뒷받침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회장은 197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투) 사장, 신한금투 부회장 등을 역임한 금융인이다. ‘경험 풍부’라는 인선배경 설명은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산업자금의 조달·공급 등을 맡는 국책은행을 다룰 적임자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 전 부회장의 금융 경력은 은행 소매금융과 인사, 증권 IB 분야에 치우친다. 현대상선, STX조선 등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국가경제적 파장을 십분 의식하면서 구조조정 현안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새 수장에겐 정책금융, 구조조정 노하우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금융위가 이력서라도 제대로 살펴보고 ‘적임자 판단’을 내렸는지 알 길이 없다.

업무수행 능력을 둘러싼 의구심보다 더 큰 허점도 있다.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 전 부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의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는 금융권의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인사다. 지난해 5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이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실 관리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때 산은의 무능이 즐비한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선출돼 떠난 홍기택 전 회장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었다. 그런 비판을 받고도 또 친박 인사가 차지했으니 산은 노조가 “대선 당시 선거지원을 한 대가의 보은인사,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의 구태를 답습한 것”이라고 반발할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그랬다면 뭔가 바뀌는 게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이번 정부 들어 금융권 상층부는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를 비롯한 친박인사로 뒤덮였다. 바뀐 것은 완장 찬 이들의 얼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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