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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업체 임원 퇴직금 ‘셀프 인상’ 제동

입력 : 2016-02-05 17:28:11 수정 : 2016-02-05 1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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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주총 의결 거쳤어도 무효”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체 임원들이 퇴직에 앞서 회사 규정 등을 고쳐 터무니없이 많은 퇴직금을 받아내려다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설령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퇴직금 규정을 만들었어도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내용이라면 무효”라고 판단했다.

행담도개발㈜은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는 충남 당진 행담도 부근을 관광지로 만드는 행담도 개발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이 회사는 2단계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김재복 전 사장이 2007년 11월 사기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위기에 몰렸다. 누적 손실이 연매출보다 많은 75억원에 달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정모(48)씨는 2003년 2월, 강모(70)씨는 2008년 1월 각각 행담도개발 이사로 합류했다.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은 한 가지 꾀를 냈다. 퇴직금 지급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어 자신들이 퇴사할 때 거액의 퇴직금을 챙길 수 있도록 해두자는 것이다.

새 규정은 대표이사의 경우 근속연수 1년당 5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 계산하면 대표이사는 퇴직 시 종전보다 5배 많은 퇴직금을 받는다. 이사도 근속연수 1년당 3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도록 했다. 정씨 등은 2008년 6월 개정 규정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다음 주총에 상정했다. 일부 주주가 반발했으나 대주주를 등에 업은 정씨를 막지 못했다.

2년 뒤 정씨는 행담도개발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기 연봉을 올리는 것이었다. 퇴직금이 연봉 수준과 연계돼 있는 만큼 고액 연봉을 받아야 퇴직금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인 정씨 연봉은 1억45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29.7%, 이사 강씨 연봉은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66.7% 각각 인상됐다. 당시 행담도개발은 경영권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회사 주인이 바뀌며 나란히 퇴사한 정씨와 강씨는 각각 6억여원, 5000여만원의 퇴직금을 청구했다. 정씨의 경우 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이 51일에 불과해 원래 규정대로라면 1억원가량만 받았겠지만 재임 중 퇴직금 규정을 뜯어고치고 연봉을 올린 탓에 퇴직금이 5억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지급을 거부하는 회사를 상대로 두 사람이 소송을 제기해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1·2심은 퇴직금 액수가 과다한 것으로 판단해 회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도 5일 원심을 받아들여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무와 보수 사이에는 합리적 비례관계가 유지돼야 하고 현저히 균형성을 잃을 정도로 과다해선 안 된다”며 정씨 등이 퇴사 전 자신들의 연봉을 올린 행위를 무효화했다.

이어 “이사가 주총에 영향력을 행사해 퇴직금 액수를 부당하게 늘렸다면 이는 회사 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한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주총 결의를 거쳤어도 무효”라고 판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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