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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품은 달걀… 알을 깨고 나온 것은?

입력 : 2016-02-05 20:11:49 수정 : 2016-02-05 20: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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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그림/비룡소/1만3000원
알/이기훈 그림/비룡소/1만3000원


병아리를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말리는 엄마의 실랑이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병아리를 키우고 싶은 아이는 엄마 몰래 냉장고의 달걀들을 꺼내와 방 안에서 품는다. 시간이 흐르고 달걀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뜨드득 뜨득 ··· 딱!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온 것은 놀랍게도 호랑이, 코끼리, 사자, 코뿔소, 기린, 얼룩말 등이다. 아이는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아기 동물들을 키운다. 하지만 동물들이 커 갈수록 방 안은 엉망진창이 되고, 엄마는 아이를 나무란다. 깊은 밤, 아이는 훌쩍 커 버린 동물들을 데리고 동네 근처 호수로 달려간다. 호수에 떠 있는 오리배 위에 올라탄 동물들과 아이가 물놀이를 즐기는 사이 먹구름이 점점 몰려들더니 후두둑 비가 쏟아진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어느새 빨라진 물살에 휩쓸린 오리배는 어디론가 떠내려가다 바다에 이른다. 거센 풍랑에 흔들리던 오리배는 결국 바닷속으로 빠지고 점점 가라앉던 오리배를 어마어마한 고래가 삼켜버리지만, 고래의 숨구멍 사이로 빠져나온 오리배는 하늘 높이 떠올라 하얀 날개가 돋은 채로 비상한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아이가 보이지 않자 망연자실한다. 그런데 멀리서 하얀 새 한 마리가 창가로 날아와 내려 앉는다. 오리다. 오리는 살며시 엄마를 쳐다보더니 알 하나를 두고 다시 날아간다. 알을 두고 간 오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엄마는 알을 어떻게 할까. 작가는 독자들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결말을 열어놓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있지만, 끝은 무한한 그림책이다. 독자가 보고 느끼는 대로 오롯이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독자가 이야기의 결정권을 가지는 만큼 읽는 사람마다 이야기의 끝이 달라서 친구나 가족끼리 함께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고 완벽한 그림 연출로 언어를 초월한다. 표지를 넘기는 순간 글 없는 그림 이야기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섬세한 선과 역동적인 구도로 장면과 장면 사이에 빈틈없는 그림 이야기를 전한다.

2010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작가의 세밀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표정과 동작에 감정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달걀에서 무엇이 나올까 궁금한 아이의 설렘, 쑥쑥 자라는 동물들을 돌보는 즐거움, 오리배에 올라탄 아이와 동물들이 물살에 휩쓸려 가면서 느끼는 두려움, 처음 보는 고래 배 속의 놀라움까지 직접 경험하는 것 같은 생생함을 안겨준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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