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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절망의 나날… ‘그림’은 유일한 위로

입력 : 2016-02-05 20:09:33 수정 : 2016-02-05 20: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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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화가 핀센트 반 호흐의 인생과 예술
끊임없이 느끼고 그리고 싶었던 삶
가혹한 삶의 난기류 속에 탄생한 역작들
유화 900점·편지 2000통 방대한 기록 담아
스티븐 네이페,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 지음/최준영 옮김/민음사/4만5000원
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스티븐 네이페,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 지음/최준영 옮김/민음사/4만5000원


강렬한 색채와 격정적 필치로 수많은 명작을 남긴 핀센트 판 호흐(빈센트 반 고흐)는 오늘날에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몇 안 되는 화가다. 천재 화가였지만 권총으로 자살한 괴팍한 사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 책은 판 호흐를 둘러싼 종래 인식을 뒤엎는다. 예술가의 진짜 모습이란 이런 것이라고 웅변하는 듯하다. 판 호흐(Van Gogh)’라는 다소 생경한 이름은 네덜란드식 발음이다.

저자 스티븐 네이페와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는 ‘잭슨 폴락: 미국의 전설’로 200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전문 작가다. 970쪽에 달하는 책에는 판 호흐의 방대한 기록이 망라돼 있다. 그림이든 글이든 끊임없이 끄적이지 않고선 잠자코 있을 수 없었던 그의 유화 900점과 편지 2000여통이 수록돼 있다. “나는 내가 느끼는 것을 그리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리는 것을 느끼고 싶다.” 그의 생애와 살아나온 환경을 모르고선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순 없다.

판 호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열정과 갈망을 작품 속에 구현한 천재 화가였지만, 당대에는 평가를 받지 못한 비운의 사내였다.
민음사 제공
베스트팔렌 지역의 작은 마을 ‘호흐’에 자리 잡은 판 호흐 집안은 대대로 예술가와 성직자가 나온 명문가였다. 이런 집안은 대개 보수적이다. 고집스럽고 별난 행동의 이 사내는 집안의 말썽꾸러기였다. 가족들 간의 반목은 피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판 호흐의 누이는 “큰오빠가 아버지를 죽였어!”라고 소리치며 판 호흐를 비난했다. 그는 종교적으로 열정적이었음에도 설교자로 강단에 서지 못했다. 말썽꾸러기 청년을 목회자로 받아줄 리 없었다. 짝사랑하고 갈망했던 여성들에게는 번번이 거절당했다. 주위의 조롱을 샀고, 동료에게는 외면받는 존재였다.

그는 이렇듯 가혹한 청년기를 보냈다. 대신 삶의 난기류, 고독과 절망은 음악적이며 역동적인 미술을 탄생시킨 동력으로 작용했다.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자신을 위로해 주는 것은 오로지 그림뿐이었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고민과 번민이 담기게 된 이유였다.

그림을 그리기 이전 판 호흐는 역사와 소설에 빠졌다. 디킨스나 셰익스피어, 모파상, 졸라의 소설에 심취했다.

밀레, 스헤퍼르, 렘브란트의 그림을 매일 그대로 그려보았다. 그 시간만큼 호흐는 행복했다. 별난 남자인 그는 매춘부 신 호르닉에게는 다정한 남자였다. 수백 장의 그림을 선물하면서 사랑을 고백했다. 그는 괴팍한 천재 화가이기 전에 정에 굶주린 연약한 인간이었다.

저자들은 판 호흐의 자살에 대해 강력히 의문을 제기한다. 제 가슴을 쏠 작정이었다면, 총에 맞은 위치가 너무도 부정확하다. 총은 너무도 낮게 쥐어졌고, 작은 총알은 가슴팍과는 먼 배 아래쪽에 있었다. 총알은 관통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부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정하고 저지른 자살이라는 흔적이 별로 없다. 총알이 박힌 각도를 보면 계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날도 호흐는 들판을 헤매다 쓰려졌을 것이다. 부주의한 10대와 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술 취한 화가, 그리고 오작동하는 낡은 권총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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