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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아이 못낳는 게 아니라 안낳는 거에요"

입력 : 2016-02-07 05:00:00 수정 : 2016-02-09 14: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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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주머니는 얇아졌으며,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졌는데요. 특히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청년세대가 아이를 낳는 것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데요. 자녀 양육비·교육비 등 아이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최근 보육대란에서 보듯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만한 환경이 아닙니다. 정부는 아이를 마음껏 낳으라고만 할 뿐 정작 그럴만한 환경과 여건은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저출산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인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저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는 정부, 출산은커녕 결혼도 엄두 못 내는 청년들. 10명 중 7명은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했다. 26.4%만이 우리사회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답해, 저출산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86.8% "저출산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문제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86.8%는 저출산을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저출산 현상을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저출산 현상이 아직까진 문제로 인식하기에 이른 단계라는 의견은 12.9%뿐이었다. 그만큼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전체 10명 중 7명 이상은 우리사회의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고 느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환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전체 66%가 우리사회는 아직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응답자들이 저출산 현상을 중요한 문제이자 심각한 상황이라고 바라본 것과는 달리, 실제 개개인의 관심도 역시 그리 높다고 볼 순 없었다. 절반 정도만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30대와 50대에서 두드려졌다.

저출산 현상을 본인과 직접 연관된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저출산 문제가 본인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7.4%에 머물렀으며, 30대만 자신과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었다. 우리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었다. 전체 28.6%만이 우리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바라봤으며, 우리사회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데 동의하는 의견은 26.4%에 그쳤다.

◆"결혼하면 자녀 꼭 낳아야" 37%…"아이 낳기 좋은 세상으로 변하는 것 같다" 13.7%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출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도 분명했다. 자녀 계획 및 출산에 대한 인식평가 결과, 10명 중 4명만이 결혼을 했으면 자녀가 있는 게 당연하고(40.9%), 결혼을 하면 자녀를 꼭 낳아야 한다(37%)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고연령층일수록 결혼을 하면 자녀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자녀는 꼭 낳아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보여, 출산을 바라보는 세대간 인식차이가 상당히 뚜렷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다수의 응답자는 자녀 출산은 부부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라고 인식했다. 아이를 낳기 좋은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결혼한 부부들이 아이를 낳을지 결심하는 데 있어 우리 사회의 여건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출산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다고 할 수 있는 2030대의 경우 각각 5.6%, 6%만이 아이를 낳기 좋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응답,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다만 전체 2명 중 1명은 자녀가 있으면 외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고(51%), 자녀가 있는 사람이 자녀가 없는 사람보다 행복할 것(46.8%)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녀가 있는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주목하는 시각도 엿볼 수 있었다. 향후 노년기의 편안한 삶을 위해 자녀가 있어야 하고(24.2%),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는 자녀가 필요하다(16.7%)는 접근은 드물었다.

◆경제적 현실에 따른 희망 자녀수 차이 커…결국 돈 문제

사람들이 희망하는 자녀 수를 보면, 경제적 여건 등 현실적인 문제가 출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2~3명의 자녀를 선호했다. 그러나 현실을 고려했을 땐 1~2명의 자녀를 희망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아예 낫지 않는 게 낫다는 응답도 상당했다.

향후 자녀 출산계획이 있는 응답자는 10명 중 3명이었다. 절반 이상은 아이를 더 낳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자녀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미혼 응답자의 경우 양육비 부담(58.9%·중복응답)과 교육비 부담(44.9%)을 주로 꼽았다. 그만큼 경제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저출산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부부만의 자유로운 삶을 원하고(38.3%) △수입이 불안정하며(32.7%) △노산 위험 및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25.2%)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자녀계획이 없는 기혼자들은 현재 아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65.7%·중복응답)과 함께 교육비 부담(50.3%), 노산 위험 및 건강상의 문제(49.7%), 양육비 부담(47.4%) 등을 출산 계획이 없는 이유로 꼽았다.

◆출산장려 정책, 보육비·교육비 등 경제적 지원 가장 많이 꼽아

사람들이 자녀 출산계획을 가지지 않는 이유를 통해 현재 우리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정책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 출산장려를 위해 펼쳐야 할 정책으로 대부분이 보육비·교육비 등 경제적 지원(73.5%·중복응답)을 첫손에 꼽은 것. 모든 연령대에서 경제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인식할 만큼 출산·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출산 이후 여성이 원활한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고(61.8%), 산전 후 휴가, 배우자 출산 휴가, 육아 휴가 등 육아를 위한 휴가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49.3%)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영·유아 보육시설을 더 확대해야 한다(42.6%)는 주장도 상당했다. 다만 육아관련 휴가의 보장은 기혼자(41.9%)보다는 미혼자(58.7%)가, 영·유아 보육 시설의 확대는 미혼자(38.5%)보다는 기혼자(45.8%)가 그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어 현재 결혼 여부에 따라 출산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달랐다.

◆10명중 9명 "직장내 출산·양육 분위기 조성 제대로 안됐다"

결혼 및 출산 관련 여성의 이상적인 모습으로는 결혼을 해 자녀를 낳고 일도 계속하는 것(42.5%)이라는 인식이 가장 많았다. 결혼 후 자녀를 낳으면 일단 퇴직한 뒤 추후 자녀가 성장했을 때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의견(33.1%)도 적지 않았다. 그에 비해 △결혼을 해 자녀를 낳으면 일을 그만 두고 육아에만 전념하거나(7.2%) △결혼을 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하거나(6.7%) △결혼은 하되 자녀는 낳지 않고 일을 계속하는(6.2%) 모습을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적은 편이었다.

결국 대다수가 출산 이후에도 여성이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바라본 것으로, 아무래도 자녀 양육비·교육비 등 늘어나는 경제적 부담을 부부가 함께 짊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와 자신의 일에 대한 여성의 열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출산과 양육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직원들의 출산·양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기업들에게서 자녀 출산·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든 것. 전체 10명 중 단 1명만이 현재 본인 또는 가족 구성원이 재직하고 있는 회사가 자녀 출산·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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