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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은 쓸모없는 것?… ‘거품’은 진화의 기본!

입력 : 2016-02-05 19:38:35 수정 : 2016-02-05 19: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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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지음/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거품예찬 - 넘쳐야 흐른다/최재천 지음/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이끌었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새 책이다. 짧은 글들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한 저자의 폭넓은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책 제목인 거품예찬은 이 책의 궁극적 메시지를 압축해 준다. 우리 사회에서 ‘거품’이나 ‘잉여’는 쓸모없고 낭비적인 것들로 취급된다. 저자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 보면 거품은 ‘진화의 기본’이다. 애써 틀어막지 않으면 거품은 언제나 일기 마련이다. 그런 거품 사이로 삶은 반드시 흘러넘치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필경 죽은 시스템이다.

인간 삶에서 샘이 마르지 않고 스스로 충만하게 하려면 적재적소가 아니라 과재적소를 실행해야 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거품예찬론의 요체는 바로 이것이다. 자연이란 차고 넘쳐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한다. 자연의 시선, 자연과 인간, 삶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학의 관점으로 이 세계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기나긴 생명의 역사에서 인간은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현실세계를 미처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자연생태계와 인간생태계는 서로 맞물리고 교차하는 역동적인 자연의 현장이다.

인문학이 취업하는 데 어렵다고 통폐합해 버리는 일부 대학들의 단견이나, 당장 돈되지 않는 연구 프로젝트를 걷어치우는 정부 관료들의 행태를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최 교수의 이번 신간은 일희일비하는 단말마 같은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것 같다.

“자연은 스스로 지극히 낭비적인 삶의 방식을 택한다. 조개나 산호 같은 해양무척추동물들은 엄청나게 많은 알을 낳지만 그중에서 성체로 자라는 개체는 1%도 채 되지 않는다. 무모하리만치 많이 태어나고 그중에서 특별히 탁월한 개체들만이 살아남아 번식에 이른다. 그 결과로 적응 진화도 일어나는 것이다.”

다음은 최 교수의 평소 지론이다. “나는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좌우명처럼 떠들며 산다. 우리는 서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워하며 헐뜯고 산다. 자신은 물론 다른 생명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게 되면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심성이다. 이 세상에 사랑처럼 전염성이 강한 질병은 없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행동하게 된다.”

김신성 기자 ss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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