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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막내가 말하는 네 자매 이야기, 들을 준비 되셨나요?

입력 : 2016-02-08 08:00:00 수정 : 2016-02-08 11: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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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중구에 네 자매가 살고 있습니다. 첫째와 막내는 띠동갑입니다. 둘째와 셋째는 막내와 각각 열 살, 여덟 살 차이가 납니다. 여러분들 머리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주목할 사연이 있거나 특별히 눈가는 이들을 소개해온 [김기자와 만납시다]. 이번에는 설을 맞아 흔하다면 흔하고, 흔하지 않다면 흔하지 않은 네 자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막내의 관점에서 전하는 네 자매 생활. 이 기사를 보는 여러분 중 누군가 비슷한 처지라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네요.



큰언니는 무뚝뚝해요. 애교도 없어요. 둘째 언니는 까칠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요.

셋째 언니는 성격이 밝고, 친화력이 있어서 처음 보는 누구와도 잘 지내요. 음, 저요? 저는 막내라 그런지 조금 덤벙대고, 빈틈도 많아요. 참, 웃음이 많아요. 화장품 챙겨주고, 자기소개서 도움까지. 언니들이 보기에는 제가 아직 아기인가 봐요.

 

지난 1993년 9월,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다정하게 사진 찍은 네 자매. 요청에 따라 정진옥 씨의 언니들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 하였습니다. / 사진=정진옥 씨 제공


제 이름은 정진옥입니다. 올해 스물다섯이에요. 큰 언니는 저보다 열두 살이 많고, 둘째 언니와는 열 살 차이에요. 셋째 언니는 저보다 여덟 살이 더 많지요. 우리는 대한민국의 흔하다면 흔하고, 흔하지 않다면 흔하지 않은 네 자매입니다.

얼마 전 만난 기자님께서 “명절 음식 준비 같은 건 나눠서 하나요?”라고 물어보시더군요. 아니에요. 큰 언니와 둘째 언니가 명절에 음식 준비 제일 많이 하고요. 저는 뒤처리 담당이에요. 항상 그렇게 분담을 해왔죠. 생활력 강한 큰 언니를 어른들이 제일 많이 믿어주시거든요. 아직 전 준비가 안 됐어요!

명절이 되면 으레 결혼과 관련한 어른들의 말씀을 듣게 되더라고요. 언니들이 얼른 시집을 가야 할 텐데. 전 걱정되는데, 부모님은 달라요. 부모님께서는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이시더라고요. 엄마가 일찍 결혼하셔서 그런지 언니들을 재촉하지 않으세요. 아빠도 비슷하고요.

언니들은 웃고 말아요. 다행히 전 아직 그런 말을 들은 적 없어요. 언니들이 시집을 안 가서인지 방패가 된 기분이죠. 가끔 “일 잘 다니니?”라고 물어보시는 분은 계세요. 그래도 집안 어른들께서 공부, 시집을 강요하시지 않아서 저희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네 자매의 외모 순위를 매겨보자고 기자님께서 말씀하시네요.

당연히 제가 1위죠. 제가 제일 예뻐요. 2위는 셋째 언니예요. 살 빼면 진짜 예쁠 것 같아요. 3위는 큰 언니고, 마지막은 둘째 언니예요. 하핫.

 
과거 언니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정진옥 씨가 살펴보고 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큰 언니인데, 사실 고민이 있어요. 3년 전쯤에 크게 싸웠거든요.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어느날 같이 일하는 분들과 회식하는 동안 휴대전화가 꺼진 적 있었어요. 배터리가 다 닳았죠. 나중에 충전하고, 집 가느라 전화기를 켰는데, 난리가 났어요. “왜 안오냐”는 메시지가 쌓여있었죠.

그때 큰 언니와 싸웠어요. 사장이 이상하다는 말도 하면서 당장 아르바이트 그만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제가 일을 나가지 않으면 동료들에게 지장이 생기잖아요. 이번 달만 하고 그만두겠다면서 크게 싸우고 말았죠.

언니는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평소 화낸 적 없던 아이가 대들었으니. 나중에 “미안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큰 언니는 답장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을 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죠. 둘째 언니까지 셋이 같은 방을 쓰는데, 큰 언니와 지금까지 이야기를 안 하고 있어요. 항상 둘째 언니를 통해 말했죠.

큰 언니와 말하지 않는 게 익숙해졌어요. 화해해야 하는데, 잘못했다고 해도 사과를 안 받아줄까봐 이야기를 못하고 있어요. 근데 후회해요. 제가 잘못한 걸 아니까요. 언니가 어렸을 때부터 잘 챙겨줬는데…. 말대꾸하고 고집부려서 미안하다고,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마 고등학생 될 때까지 언니들이 어린이날을 챙겨줬던 거 같아요. 선물도 사주고, 편지도 써줬어요.

제가 보여드릴까요? 편지를 아직 갖고 있거든요. 인형도 사주고, 언니들끼리는 생일선물도 안 챙기면서 제 생일만큼은 잊지 않더라고요. 엄마가 혼냈다고 큰 언니한테 이르면, 왜 저를 혼내냐고 대신 전화한 적도 있어요. 초등학교 졸업식 때도 큰 언니가 반차 쓰면서까지 와주고, 교복 사러 같이 갔어요. 대학교 입학금 내주면서 “나중에 잘하라”던 언니들의 농담을 잊을 수 없어요.

 
과거 언니들이 정진옥 씨에게 보낸 편지. / 사진=정진옥 씨 제공


제게 허락된 외박은 한 달에 한 번뿐이에요. 중학교 때는 위치추적도 당했어요. 제가 걱정되어서 그런 건 알지만, 이제 놔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핫.

아빠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셋째 언니도 몸이 많이 안 좋은데, 얼른 나았으면 좋겠어요. 큰 언니와는 아까 말씀드렸듯 화해했으면 좋겠고요. 옛날에는 큰 언니와 항상 붙어있었는데, 그걸 못한지 벌써 3년이 됐어요.

전국에 계신 ‘네 자매의 막내’ 분들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그래도 이런 가족이 흔치 않으니 특별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사실 옛날에는 오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잘 지켜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지금은 언니들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여자들만의 끈이 있거든요. 지금은 언니들이 더 좋아요.

* 윗글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사시는 정진옥 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되었습니다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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