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양성애 고민 담겨
“5시에서 6시까지가 하루 중 내게 최고의 시간이다. 밖은 어둡다. 몇 마리의 새들이 지저귄다. 만족과 사랑이 느껴진다. 나의 불만족은 불빛이 방을 채우는 7시부터 시작된다. 나는 낮시간에 준비돼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맑은 정신으로 낮을 대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 쏜살같이 저장고로 달려가 술을 들이부을 때도 있다.”
알코올 중독은 작가들이 피해가기 쉽지 않은 함정일지 모른다. 강철 같은 이성으로 현실을 직시하며 나아가는 튼튼한 작가도 드물지 않지만 대부분 글쟁이들은 격심한 감정의 기복을 겪으며 고뇌와 자의식에 시달리는 민감한 존재들이다. 존 치버는 이러한 내면을 지독히 성실한 일기쓰기에 담아냈다.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존 치버는 1930년대 청년시절부터 단편들을 쏟아내던 시기를 거쳐 장편 ‘왑샷 가문연대기’ ‘팔코너’ 같은 장편소설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1978년 출간한 ‘존 치버 단편선집’은 해외로도 번역돼 각광받았고 ‘퓰리처상’ ‘전미비평가협회상, ‘전미도서상’을 안겨주었다. 1982년 암으로 타계할 때까지 그는 일기와 편지쓰기를 일상에서 숨을 쉬는 것처럼 실천했다.
존 치버의 일기가 자신을 정체성을 직시하는 고행이었다면 그가 지인들과 나누었던 방대한 편지들은 그 정체성을 필요에 따라 뻔뻔할 정도로 변형해 세상이 바라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던 작업이기도 하다. 어떻게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지, 세상이 원하는 모습에 따라 어떻게 자아를 변형시키는지 방대한 일기와 편지를 비교해서 읽다 보면 그의 작품세계는 물론 작가라는 존재의 불우한 내면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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