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이에 따른 세시풍속도 매우 다양하다. 설날을 전후해 한 해의 복을 빌어주거나 액을 몰아내는 풍습, 이른바 벽사진경(?邪進慶)이 바로 그것이다. 섣달 그믐날 자정부터 정월 초하룻날 아침 사이에 조리장수는 복 많이 받으라고 소리치며 집 마당에 복조리를 던져놓는다. 새해를 맞아 먼저 모든 사람의 복부터 빌어주는 아름다운 풍속이다. 지금은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그 추억의 원형질을 찾는 이들이 설 명절에 민족의 대이동을 한다.
이날만큼은 조용했던 고향이 전국 각지에서 흩어져 살던 가족, 친지로 하여금 떠들썩해진다. 하지만 아픈 마음으로 설을 맞는 이도 적지 않다. 타향·타국 객지에서 사는 이들, 북녘에 고향을 두고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 등이 그렇다. 고려 말 조선 초 학자 성석린의 시 ‘고성에서 동생에게 부침(在固城寄舍弟)’을 보자. “집 편지 글자 한 자 천금에 맞먹으니(家書一字抵千金)/ 밤을 맞아 달을 보며 어버이 생각에 눈물 흘리네(中宵見月思親淚)/ 한낮에는 구름 보니 동생 생각만 나네 그려(白日看雲憶弟心)….”
부모를 그리는 마음은 여성에게서 더욱 섬세함을 느끼게 한다. 이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의 시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봄(踰大關嶺望親庭)’은 어버이를 그리는 애틋함이 진하게 배어 있다. “자상하신 내 어머니, 백발로 강릉에 계시는데(慈親鶴髮在臨瀛)/ 이 몸은 서울 향해 혼자 떠나네(身向長安獨去情)/ 고개 돌려 북쪽 마을을 때때로 보니(回首北村時一望)/ 흰 구름 흘러가는 저 아래 저무는 산은 푸름을 간직하고 있구나(白雲飛下暮山靑)”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見月思親淚 : ‘달을 보며 어버이 생각에 눈물 흘린다’는 뜻.
見 볼 견, 月 달 월, 思 생각 사, 親 어버이 친, 淚 눈물 루
見 볼 견, 月 달 월, 思 생각 사, 親 어버이 친, 淚 눈물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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