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담합은 둘 이상의 사업자가 경쟁을 제한하는 가격결정 등을 ‘합의’함으로써 성립한다. 합의는 서면합의, 구두합의 같은 명시적 합의일 수도 있지만, 서로의 의사가 암묵적으로 교환·일치되는 묵시적 합의도 가능하다. 정보교환행위가 담합이 되느냐 여부는 정보교환을 한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가 있었느냐의 문제이고, 명시적 합의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정황증거를 들어 그 합의를 입증한다.
조성국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정보교환행위가 담합에 해당하느냐 여부는 세계 각국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EU는 정보교환 그 자체만으로도 담합을 인정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다. 미국은 정보교환만으로 담합을 인정하진 않지만 합의입증의 중요한 정황증거로 고려한다. 미국의 ‘협력행위 심사지침’에 따르면 교환되는 정보가 가격·수량 등 경쟁에 민감하고, 과거보다는 현재 또는 미래의 사업계획에 관한 정보이면 중요한 정황증거로 본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농심이 1위 사업자라 하더라도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담합의 유인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본다. 사업자들 간 모임 및 의사교환 내용, 담합 이탈자 견제수단 등 공정위가 제시했던 다수의 정황증거들로 볼 때 담합을 인정하는 것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카르텔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위와 국민권익의 보루인 대법원의 법해석은 경우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판결의 당부를 논하는 것보다는 이 판결의 의의 및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기업들은 정보교환만으로는 담합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를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예단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집행은 글로벌화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면책 받은 행위라 하더라도 해외에서는 대단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해외 법집행 당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조성국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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