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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소개팅의 배신, '부글부글' 속끓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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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4 17:01:16 수정 : 2016-02-04 2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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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를 본 적 있다면 한 번쯤은 봤을 직장인들의 소개팅 장면이 꼭 드라마 속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개인적으로 '야마토나데시코(山となでしこ·드라마 제목이다. 大和가 아닌 山를 쓴다)'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4일 일본 매체에서 소개팅에 관한 남자와 여자의 입장을 다룬 현실 속 이야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야마토나데시코 한 장면.
일본 상장기업 일부는 남성 직원의 '고우콘(合コン·이하 소개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심지어 자사 남성 직원과 여성들의 만남 자리를 준비한다. 이에 여성들은 한편으론 속이 터질 노릇이라고 하소연한다. 왜 그럴까. 우먼인사이트에 따르면 이유가 다소 황당하다.

▲ 한 여성의 사연
들떠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다니며 비록 사진이지만 웃는 모습이 멋진 남성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을 만나는 순간 '운명'을 느꼈다. 시종일관 좋은 매너와 부드러운 목소리 게다가 미남이다. 어색할 거란 생각은 내 착각이었다. 너무 웃어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그도 내가 맘에 들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착각은 어색함이 아닌 그 역시 날 맘에 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헤어지면서 "오늘 미팅은 내일 중요한 거래처 담당자와 만나기에 앞서 최종 연습과도 같았다"며 "실례했다. 미안하다"고 머리 숙여 사과했기 때문이다.
소개팅 코디를 조언하는 일러스트. 왼쪽 코디가 좋다고 한다.
매체는 일본 상장기업 임직원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소개팅 빈도를 물으며 빈번한 이유를 물어봤다. 이에 돌아온 답 중 "영업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도 상당수 있었다. 보통 소개팅하면 막연하지만 만남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업'이라고 하니 여성들이 속상해하고 화나는 게 당연해 보인다.

소개팅이 가장 활발한 T사(100점 만점 중 97점) 법인영업팀 직원은 "접대·회식의 긴박함과 격렬함은 지금도 건재하다. 아침까지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그래서 소개팅이 딱"이라고 말했다. 3위(88점) Q사 직무상담사는 "영업을 중시하는 회사라 영업직은 접대가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개팅을 장려한다", 5위(79점) S사 "주말·휴일을 가리지 않고 접대는 끝이 없다. 데이트도 같지 않나?"라고 웃으며 말한다. 
남성 직원의 소개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기업 순위. (조사= 우먼인사이트·기업 삭제)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아래 문장을 일부 바꾸면 조금 더 느낌이 와 닿는다.

▲ 영업
사전에 담당 구역에 있는 점포위치를 파악해 역에서 점포의 거리 거기서 다음 점포까지의 동선을 사전에 확인한다. 청결함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인상은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사전에 안에서부터 밖에까지 점검한다. 각자 대화를 이끄는 역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 등 캐릭터를 설정해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계약을 관철하기 위해 팀워크를 발휘한다. 사전에 준비한 선물이나 상대의 관심사를 미리 파악하며 일 얘기를 이어간다. 귀가 시 택시로 배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 미팅
사전에 만나기로 한 장소의 위치를 파악해 역에서 가게와의 거리 거기서 2차까지의 동선을 사전에 확인한다. 화장실의 청결함에 따라 여성들의 만족도는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가게의 양해를 구해 밖에서부터 안까지 여자 화장실을 점검한다. 각자 대화를 이끄는 역할, 기쁨조 등 캐릭터를 설정해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모자이크)을 관철하기 위해 팀워크를 발휘한다. 사전에 준비한 게임이나 화젯거리로 흥을 북돋운다. 귀가 시 택시로 배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맞선과도 같은 콘가츠. 1:1이 아닌 다수가 모여 혹시 모를 미래의 배우자를 찾는다.
귀여운 포즈를 취하는 남성. 여성은 즐거워하며 웃는다.
일본에서는 '남자가 결혼하면 가정(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과 세간의 눈을 무서워(世の目が怖くって)하는 사람들은 결혼 적령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콘가츠·婚活)한다. 기업의 소개팅 장려는 역시 이러한 생각이 우선되겠지만, 의식이 변한 소개팅은 솔직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만날 기회 조차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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