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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사악한 투기자본’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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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1 18:16:19 수정 : 2016-02-01 21: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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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통화가치 하락 베팅”
소로스 투기 선언에
막 오른 중국의 ‘환(換)전쟁’
19년 만에 다시 시작된
헤지펀드 공격
위기 도래는 시간 문제
정쟁 억누르고
경제개혁 방아쇠 당겨야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조지 소로스. 그에게는 온갖 별명이 따라붙는다. 투자 귀재라고도, 투기꾼이라고도 한다. 별명이 또 하나 붙었다. ‘자본주의 악당’. 중국이 붙였다. 올해 86세. 미 월가의 유대인 금융을 대표하는 그는 아직도 정열이 넘치는 걸까. 중국과 홍콩 시장을 조작해 큰돈을 벌겠다고 나섰다. 중국인 뇌리에는 무슨 생각이 스칠까. 멀게는 174년 전의 아편전쟁, 가깝게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왕따 당한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중국의 소로스와의 전쟁. 발단은 다보스에서 터졌다. 지난달 2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소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경제는 경착륙한다.” “나는 이미 아시아 통화가치 하락에 베팅했다.”

강호원 논설위원
무슨 말인가. “심봤다”는 소리인가, 투기꾼을 불러모으는 소리인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태국 밧화 공격을 시작으로 전면화한 헤지펀드의 환투기를 다시 개시했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그의 말은 신호탄일까. 투기자본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월가의 큰손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자산을 정리해 위안화·홍콩달러화 공격을 위한 ‘총알’을 마련했다고 한다. 바람 잡는 보도도 이어진다. 뉴욕타임스, “올해 위안화 가치가 20~50%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화난 리커창 중국 총리, 이런 말을 했다. “중국 경제를 공매도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도 한다. 대체 어느 곳의 논리인가.” 이런 말도 했다. “중국은 앞으로도 장기간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전자의 말은 환투기 세력을 비난하는 말이지만 후자의 말은 또 무엇인가. “사회주의 초급 단계”, 중국과 홍콩을 환공격의 재물로 삼으려 한다면 사회주의 강제 조치로 맞서겠다는 경고일까. 홍콩의 중국계 은행에서는 이미 위안화 대출을 중단했다고 한다. 환투기 세력이 공격에 동원할 위안화 자금줄을 차단하는 조치다.

중국 관영매체도 펜을 뽑아들었다. 인민일보, 지난달 26일 이렇게 적었다. “소로스로 인해 아시아 각국 화폐가 심각한 투기성 공격에 직면해 있지만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21세기경제보도, “소로스 일가의 펀드 자산은 약 245억달러다. 아시아 화폐와 주식 공매도에 10~15%를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수백억달러의 투기펀드를 끌어들여 함께 공매도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누가 이길까. 1992년 영국, 1997년 동남아를 대상으로 한 투기에서 소로스는 큰돈을 벌었다.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해 번 돈만 18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1997년 말레이시아, 1998년 홍콩에서는 손해를 봤다. 2008년 달러화 자금 한 푼 공급받지 못한 채 견딘 중국, 그때의 쓰라린 경험을 되새기며 싸움 채비를 할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만한 일이다.

걱정되는 것은 파장이다. 중국은 소로스를 어떻게 볼까. 단순한 투기꾼으로 볼까, 미국의 ‘중국 흔들기’ 전위대로 바라볼까. 후자에 가까울 성싶다. 4차 북핵 실험 후 북한을 옹호하는 중국의 모습은 무엇을 뜻하는가. 소로스의 망동은 한반도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소로스가 먹잇감으로 삼은 것은 중국·홍콩뿐일까. 중국 보도에 등장한 홍콩 당국자의 말, “소로스가 말한 공매도 대상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통화일 가능성이 있다.” 투기자본은 하이에나와도 같다. 약한 먹잇감부터 잡아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 듯 이미 흔들리는 아시아 신흥국이 첫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환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홍콩시장. 블룸버그는 이렇게 전했다. “홍콩에서는 오후 3시만 되면 달러화 매도 공세가 벌어진다.” 홍콩만 그럴까.

“바람이 불면 풀은 쓰러진다”(草上之風必偃). ‘사악한 전주(錢主)’는 19년 만에 다시 아시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에게 위기가 밀려들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용비어천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새, 꽃 좋고 열매가 많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칠새, 내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가나니.” 온 나라가 싸움판이다. 노동·금융개혁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만 잔다. 뿌리도, 샘도 깊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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