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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프로 12년차' 황연주가 깨우친 '내려놓음의 미학'

입력 : 2016-01-28 09:26:30 수정 : 2016-01-28 09: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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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무릇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선 오히려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무조건 강하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은 게 힘 빼는 것이다. 힘이 넘치는 20대 초반엔 더욱 그렇다. 베테랑이라 불리는 30대가 되면 자연히 전성기 시절에 힘이 빠지게 되고, ‘내려놓음의 미학’을 체감하게 된다. 그때서야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구별하게 된다.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할 때 신인이었던 현대건설의 ‘코트 위의 꽃사슴’ 황연주도 어느덧 프로 12년의 베테랑이 됐다. 나이 또한 한국 나이로 어느덧 서른 하나. 앞자리 숫자는 괜히 바뀐 게 아니었다. 한 두 경기 부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녀에게서 베테랑의 품격, 그리고 내려놓음의 미학이 느껴진다. 

황연주는 4라운드 막판 부진의 늪에 빠졌다. 11일 도로공사전에선 8점에 그쳤고, 17일 IBK기업은행전에선 단 1점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토종 라이트로서 일정 이상의 득점을 책임져줘야 할 황연주가 부진하자 자연히 현대건설도 휘청거렸다. 두 경기 연속 0-3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오랜 기간 유지해오던 선두 자리도 IBK기업은행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게 팀 분위기는 물론 개인적인 부진이 겹쳐 힘들어 하던 황연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27일 수원 홈에서 치러진 흥국생명전에서 블로킹 4개 포함 18점을 올리며 팀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에밀리(20점)와 양효진(18점) 등 삼각편대가 고르게 폭발한 현대건설은 2연패 사슬을 끊어내며 승점 3을 보태 승점 44(15승6패)로 선두 IBK기업은행(승점 48, 16승6패) 추격전을 다시 개시했다. 

경기 뒤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황연주는 그간 가라앉은 팀 분위기에 대해 “훈련이 힘든 건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힘든 것은 더욱 참기 힘들다. 연패로 선수단 전체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는데, 잘 버텨준 동료들에게 고맙다”며 승리의 공을 돌렸다. 

올 시즌 트라이아웃 제도에서 수비형 외국인 선수인 에밀리를 뽑은 현대건설로선 황연주가 매 경기에서 일정 이상의 득점을 해주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에밀리가 서브 리시브에 가담하는데다 타점 높은 공격이 주특기인 선수가 아니기 때문. 에밀리 덕에 리시브 부담에서 해방된 황연주로선 공격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코트 위에 서 있을 수 있다. 황연주는 이런 팀 상황에 대해 “리시브하는 용병을 데려온 것은 저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인데, 거기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부담이 되고 팀에 미안하기도 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황연주는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백어택도 선보이는가 하면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살핀 뒤 페인트 공격도 성공시키는 등 강타와 연타를 적절하게 섞으며 만족스런 공격력을 선보이며 지난 두 경기에서 보인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황연주는 “컨디션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면서 “이제는 많이 경험해봐서 한두 경기 못했다고 해서 힘들어하진 않는다. 부진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며 베테랑다운 면모를 풍겼다. 이어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몸이 경직되고 덤비게 된다. 그렇다보면 서브 범실과 넷터치 범실 등 범실이 많이 나오게 된다”면서 “그래서 마음을 놓고 경기를 했다. 오늘도 안 될지 언정 할 거 다 해보고 안 되면 교체돼 나가더라도 해볼 건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황연주는 베테랑으로서 팀 전체를 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우리 팀의 아킬레스건이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전염병처럼 연속적인 범실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 몇 경기동안 부진했을 때 연속으로 범실이 나와 선수들이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는 것이 힘들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들 범실을 하나씩만 하지만, 그게 합쳐지면 5~6개가 된다. 누군가가 실수를 하면 다음에 서브를 넣는 사람이 더 신경을 쓴다든지, 팀의 범실을 보듬어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로 12년차의 베테랑답게 ‘내려놓음의 미학’을 깨달은 황연주. 그녀의 반등을 통해 현대건설이 다시 한 번 선두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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