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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의책읽기,세상읽기]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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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25 19:28:18 수정 : 2016-01-25 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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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필생의 성찰’ 담긴 파우스트
내 안의 두 영혼 껴안아야 구원 얻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일곱 번이나 읽었다는 나폴레옹이 괴테를 일러 “여기 참사람이 있다”고 격찬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생을 마감하면서 괴테가 마지막 남겼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좀 더 많은 빛을!” 과연 괴테답다. 보편적인 진리인 인간애와 휴머니즘 사상을 최고의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수준 높은 탐구로 인간 최고의 이념과 의지를 구현한 범세계적 인간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가 괴테다.

단테, 밀턴,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세계문학사의 찬연한 성좌로 추앙받는 괴테의 ‘파우스트’는 60여년에 걸쳐 자기 문학적 삶 전체를 바쳐 완성한 필생의 시극이다. 절정에 값하는 인간정신으로 방대한 우주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 대작이다. 중세의 파우스트 전설을 당대에 재현하면서 방황과 추구, 모험과 구원의 유장한 드라마를 전개했다. 특히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의 구원 가능성이라는 오래된 주제에 대한 탐구와 세계의 비의(秘義)를 성찰하는 과정은 사뭇 인상적이다.

‘파우스트’는 방대한 시극이라 간단히 요약하기 어렵지만, 지상에서 가장 뛰어난 석학 파우스트 박사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고민하다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온갖 쾌락과 악행을 체험하고는 다시 은총을 입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신비한 이야기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선과 악, 밝음과 어둠,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사랑과 죄,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 개체적인 것과 우주적인 것 등 여러 대립쌍을 초극해 최선의 가치 지평에 이르려는 정녕 인간적인 꿈의 심연, 그 깊이에로 내려가는 상상력의 도정이 참으로 심원하다.

‘파우스트’를 거듭 읽어도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라고 했던 대목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괴테의 삶의 궤적과 파우스트의 편력에서 우리의 최종적 관심에 값하는 것은, 바로 상승적 발전을 위한 항상적 노력이다. 대립적인 것을 껴안고 방황하면서도 지혜롭게 노력할 때 자기 삶의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의 항상적 노력이 구원을 얻는다는 것. 인간에게는 누구나 두 가지 영혼이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잘 조화시켜 나가면서 지혜롭게 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자신 안에 있는 악마를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긍정하고 극복하려는 것이 우리의 삶을 보다 살찌울 수 있다는 것.”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가족을 속이고 1년여의 시간을 보내다가 사죄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어느 30대의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우울한 사연이 우리의 마음을 시리게 한다. 어떤 이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때문에 절망하고, 또 어떤 이들은 취업을 못해 낙담한다. 그 어떤 사연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다만 괴테가 탐구한 두 영혼의 조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한쪽 영혼으로 치닫는 충동에만 이끌리지 말고 반대쪽 영혼의 동력을 통해 탄력적이고도 항상적인 노력을 펼친다면, 비록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라 하더라도, 진정한 돌파구를 새롭게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우리는 항상 방황하고 번민하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인간이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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