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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보단 '고용률 제고'에 방점 찍혔다지만…"문제는 역시 수출"

입력 : 2016-01-15 17:35:35 수정 : 2016-01-15 17: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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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년 대기업 연평균 5만8720명 채용예정…전년比 14.5%↑

약 3년 전 화제가 됐던 구직 광고(좌측). 사진=세계일보 DB
“성장률이 높아도 고용률이 별로 높지 않으면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한다. 일자리 중심으로 고용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한 연설내용 중 일부다. 이날 박 대통령은 ‘경제’를 34차례나 언급했다. 이 때문에 정부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성장률보다는 ‘고용률 제고’로 옮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담화가 있고 그 다음날인 14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0.2%포인트 낮춘 3.0%로 수정했다.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도 2.7%에서 2.6%로 내렸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에 대한 내수 기여도가 2.6%로 수출(0.4%)에 비해 무려 6.5배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높은 수출 의존도를 지닌 우리경제의 구조를 고려하면, 수출 경기의 회복 없이는 성장률 반등이 힘든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상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1~3분기 누적 기준) 49.1%에 달한다. 서비스 수출까지 포함하면 55.6%다.

수출 둔화세에 성장률이 꺾이고 있고 대외변수인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교역량 감소는 국내정책만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3.0% 이상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대한 집착보다 고용안정에 관심을 두고자 고민하는 이유다.

그러나 고용사정 역시 올해 중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제약된다는 부정적 전망이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 영국계 ‘바클레이즈’(Barclays)와 미국계 ‘씨티그룹’(Citi)은 “한국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부진으로 올해 고용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클레이즈는 “한국의 수출 감소 및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해 12월 제조업 고용은 겨우 5000명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대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에 따라 중소기업 협력업체를 위주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올 한해 우리나라의 실업률(계절조정)이 상반기 3.7%, 하반기 3.6%로 각각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지난해 33만7000명에서 29만명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수출 회복의 다섯 가지 희망 요인. 자료=현대경제연구원
◆ 수출-고용 밀접…대기업채용 늘린다지만, 체감은 ‘글쎄’

15일 정부와 한은, 경제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총수출증가율이 1%포인트 추가 상승할 경우 경제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약 3만9000명의 고용이 신규 유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액증가율 추가 상승분이 5%포인트 때에는 취업유발인원이 15만1000명, 10%포인트이면 29만1000명에 각각 도달했다.

수출에 경제력이 집중된 경제구조로 인해 수출이 주춤거리자 성장률 추락을 막아내기에는 정책적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이에 성장률 집착을 버리고 고용문제에 눈을 돌리려하나, 수출은 성장뿐 아니라 고용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수출이 살아나지 않는 한 성장률은 물론 고용환경도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 수출이 회복하기 위한 5가지 요인으로는 ▲세계경제 회복 기조 진입 ▲미국경제의 선도력 강화 ▲중국경제의 연착륙에 따른 대중(對中) 수출 개선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발효에 의한 중국시장 진출 확대 ▲아시아 신흥시장과의 교역 증대 등이 꼽힌다. 한국수출이 호전되기 위해서는 대외적 여건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현재 정부는 30대그룹과 청년채용 확대를 위한 정책 협조체제를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1~2년 이내의 고용사정이 청년실업 해결에 중대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13대 주요그룹 가운데 중기 채용계획을 밝힌 현대자동차·롯데·GS·한화·신세계·CJ·LS·효성 등 8개 그룹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할 때 올해 이후 채용 규모가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27일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정부와 경제계 협력선언 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별 그룹별로 발표한 채용 확대 계획을 조사해보니 올해부터 내년까지 채용예정 규모는 지난해 연초 계획보다 14.5%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6~2017년 연평균 5만8720명으로, 작년에 기록한 5만1300명보다 14.5% 증가한다.

재계에서는 해마다 고용을 늘려왔다는데, 국민이 느끼는 고용체감과의 괴리가 큰 까닭은 뭘까. 그동안 수없이 비판을 받아온 것처럼 대기업에 의지하는 고용대책은 파급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나라 고용의 80%는 중견·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다.

우수한 강소기업의 적극 발굴 및 육성대책이 없이는 전반적인 고용의 양과 질적 개선을 도모할 수 없다. 정부는 올해 청년 일자리 예산을 20.6% 증액한 2조1000억원 규모로 편성하는 등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각종 지원들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그룹 일자리 확대 계획.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 고용의 답 ‘中企 강한 제조업국가’…창업하기 쉬운 환경 만들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의 대부분은 35mm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됐다. 소니·아리·파나비전 등 굴지의 회사들이 만들어낸 디지털 카메라들이 있었지만, 대당 가격이 20만 달러로 비싼데다 영상 품질은 영화를 찍기에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07년 짐 자나드는 레드(RED)라는 새로운 디지털 카메라를 소개했다. 4K급 초고화질(UHD·울트라HD) 해상도를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기존 20만 달러의 10분의 1 정도인 1만7500달러. 순식간에 피터 잭슨, 제임스 카메론 등 유명 감독들이 자나드의 카메라에 매료됐다. 스파이더맨, 호빗과 같은 영화들이 레드로 간편히 촬영됐다. 이후 영화 산업의 디지털화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카메라만 1000개 넘게 수집할 만큼 카메라 광이었던 자나드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영화 수준의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칩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나드의 동료조차 “그건 소니 같이 돈이 많은 기업에서나 개발할 수 있어”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지만, 자나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과 불굴의 의지로 저렴하면서도 초고해상도의 카메라를 만들어냈다.

황인경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컴퓨터·정보통신(IT)·인공지능 기술 등의 비약적인 발달로, 시장은 규모가 아닌 머리로 하는 싸움이 돼가고 있다”면서 “이제 과거 현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창의적 직관력이야말로 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이어 “창의적 직관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꿈과 편집광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결국 신(新)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국내 산업구조를 모방형에서 ‘창조형’으로 전환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수출을 확대하고 기업의 고용창출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투자와 모험을 각오하지 않고 지금처럼 ‘내수 활성화’란 정부정책에 의지해 면세점 같은 리스크가 없는 안전한 사업만을 하려는 ‘온실 속의 화초’ 기업가 정신으로는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경기는 단기적으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는 정책 의존형의 모습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특성은 대기업 의존형태로 커온 까닭에 세계시장에 나가서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체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성장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뛰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기업체의 대표가 이런 도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 기업이 창업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보력이 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능력 있는 기업이 현지에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금융·세제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의 고기술·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중간재 경쟁력을 유지하고, 중국의 소비재 시장 확장에 대응해 맞춤형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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