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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창작자 예술혼에 ‘공연 날개’ 달아주다

입력 : 2015-12-28 01:41:01 수정 : 2015-12-28 01: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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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위 선정 작품 20개 무대 올라
‘총 예산 2000만원, 유료 관객 매출 16만2980원.’ 연출가 장병욱이 지난해 ‘씹을거리를 가져오세요’를 무대에 올리고 받아든 정산서 내용이다. 젊은 예술가가 직면한 현실은 이렇게 냉정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이 사회에서 창작가인 나는 어떻게 경제 생활을 해나갈 것인가?” ‘어닝쑈크’(Earning Shock)는 여기서 출발했다. 작품은 컨설턴트 도움을 받아 창작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 원형을 잃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벤처기업가, 미술경매사, 채권추심원, 행동경제학 전문가 등 각계각층 사람들을 만나 돈을 벌고 관리하는 노하우, 돈을 대하는 태도를 듣고 이야기로 풀어냈다.


표면적으로는 공연의 경제적 가치를 탐구하며 지속가능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예술 형식과 내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장병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어떤 방식으로 얻어내고 혹은 포기하는지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어닝쑈크’에는 자기 영역을 개척해 뿌리를 내려야 하는 젊은이의 고민이 비친다. 

한국예술위원회의 ‘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는 신진 창작자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올해 지원을 받은 20명의 창작자들이 공연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예술위원회 제공
‘어닝쑈크’는 한국예술위원회(ARKO)의 ‘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 지원작품에 선정돼 무대에 오른다. 시리즈는 위원회가 젊은 예술가 육성을 위해 실시하는 사업으로 만 35세 이하를 대상으로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 다원예술 분야로 나눠 창작자를 선정해 지원한다. 올해 참여하는 예술가는 20명. 3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남산골 한옥마을 국악당,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등에서 각자의 작품을 올린다. 공연 일정은 위원회 홈페이지(www.ark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인규의 ‘도시광대’는 전통연희 오광대놀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악 작품이다. 김인규는 “오광대놀이에 등장하는 말뚝이, 양반, 문둥이 등이 겪는 갈등과 고민은 형태는 바뀌었을지언정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사회의 최약자를 상징하는 문둥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현대의 ‘칠포세대’ 20대의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문둥이가 하루 동안 겪는 일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주며, 국악기 4대가 포함된 오케스트라 연주가 극을 이끌어간다.

무용의 김나이는 이상의 ‘오감도-시제1호’를 몸의 움직임으로 해석한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를 선보인다.

작품은 이상의 시에서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 드리웠던 공포와 절망 속의 삶을 읽어내 현대화한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불안의 의식을 떨치지 못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골목길 속 ‘아해들’을 통해 그려보겠다.” 공연을 앞둔 김나이의 포부다. 

설유진의 연극 ‘초인종’, 박경소의 전통예술 ‘아름다운 관계’, 김범호의 무용 ‘침묵의 문’ 등도 관객들과 만난다.

위원회는 올 초 사업 공모 및 추천을 통해 169명의 지원자를 받고 서류심사와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20명을 선발했다. 이들에게는 3000만원의 제작비 외에 연구조사활동 지원, 해외리서치 등 국내외 교육기회 제공, 작품 프로덕션 관련 멘토링 등 창작역량 개발을 위한 각종 지원이 제공됐다. 이를 통해 1년 정도 다듬은 작품이 이번에 선보이는 것이다.

위원회 김윤희 팀장은 “공연 경력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스태프 구성, 예산 배정 등 전체적으로 작품 창작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는 건 처음인 젊은 창작자들”이라며 “기성 창작가와 경쟁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업을 통해 젊은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앞서 지원을 받았던 창작자들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협업을 하는 등 효과적으로 이런 경험을 활용했다. 사업기간을 2년 정도로 늘려 좀 더 여유로운 창작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부분도 있다”고 소개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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