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의 핵심에는 마음 건강이 있다. 마음이 괴롭고 편안하지 못하면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끔찍한 고문이다. 그러니 마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 즉, 마음의 건강수명을 늘려야 한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 |
뇌과학적으로 보자면, 현재에 몰입할 때 기억의 스냅 샷이 자주 찍힌다. 시간당 경험하는 장면이 많아진다. 그래서 기억의 재생시간이 매우 길어진다. 하지만 몰입을 하지 못하면 기억의 스냅 샷이 띄엄띄엄 찍힌다. 기억이 옅어진다. 분주하기는 했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자. 기억의 스냅 샷을 자주 찍고 강한 체험을 하자. 그러면 삶을 ‘많이’ 살 수 있다.
몰입하려면, 멀티태스킹(multitasking-다중작업)을 줄여야 한다. 한 번에 한 가지씩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중간에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알림음은 마음의 건강수명을 단축시킨다. 하루에 한 번 몰아서 전자우편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지 않을 때는 휴대전화도 꺼놓는 게 좋다. 건강수명은 매 순간에 자신의 100%를 바쳐야만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즐거움은 찾아서 음미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다. 쾌락을 단시간에 얻으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도 한 번에 과도하게 먹으면 살이 찌고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조금씩 자주 음미하면, 감미로운 쾌감을 계속 느낄 수 있다. 운동도 남을 이기려고 무리하면 다치기 쉽다. 하지만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꾸준히 실천하면 건강수명이 길어진다. 그러니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아 그 느낌을 음미하는 습관을 들이자.
“삶의 가치는 그 기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떤 사람은 ‘오래’ 살지만, ‘적게’ 산다. 충분히 ‘많이’ 살았는지 여부는 햇수가 아니라 당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철학자 몽테뉴의 말이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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