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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 교육만으론 창의적 인재 못키워… ‘학교 혁명’이 대안

입력 : 2015-12-05 03:00:00 수정 : 2015-12-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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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공교육 체제는 산업화의 산물, 승자·패자 나뉠수 밖에 없는 구조
현대사회선 하나의 원칙 안 통해
제각기 다른 아이 재능 키워줘야
표준화시험 집착 않는 핀란드 예시, 스스로 학습·평가하는 공부법 제안
켄 로빈슨, 루 애로니카 지음/정미나 옮김/21세기북스/1만8000원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혁명/켄 로빈슨, 루 애로니카 지음/정미나 옮김/21세기북스/1만8000원


중고교 시절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입시 지옥을 떠올릴 것이다. 학교 생활은 그저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견뎌내야만 하는 ‘인내’의 공간쯤으로 여겨겼다.

켄 로빈슨 영국 월릭대 명예교수 등 저자는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혁명’에서 학교가 질곡이 된 원인과 결과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들에 따르면 현대 학교 교육은 표준화 교육에 다름 아니다. 교육의 틀을 만들고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부진아나 열등생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표준의 틀은 획일성을 갖는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특성을 가진 존재다. 학생들은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이런 틀에 끼워 맞춘다면 어떻게 될까. 재능을 꽃피울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켄 로빈슨(맨 오른쪽) 영국 월릭대 명예교수는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학교교육의 획일화한 틀에 가둔다면 재능을 꽃피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왼쪽부터),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독창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인물들이다.
21세기북스 제공·연합뉴스
현재 교육의 틀 즉 표준화 교육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확립됐다. 제조·기계와 관련된 기술자, 사무직과 행정직, 부유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나 의사, 식민지에서 활동할 외교관과 공무원 등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체계를 만들었다. 현 교육제도는 산업화와 경제적 필요에 따라 설계됐다. 이런 교육 설계는 승자와 패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학생들이 성적과 입시에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것은 필연적이란 얘기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공교육 체계는 산업화의 산물이다. 낙제생의 희생을 딛고 선 성공이다. 경제 원칙은 제조 분야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사람에게 대입하면 그렇지 못하다. 학생마다 학과별로 배우는 속도가 다르다. 어떤 학과에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가 다른 학과에서는 부진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는 하나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학교에서는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려 한다. 연령별로 학년을 나누는 것도 공장에서 ‘제조일’로 제품을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저자들은 “인생에는 표준 경로가 없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뜻밖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직업이 생겨나듯이 수많은 직업이 사라진다.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과목이 미래에도 존재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이른바 제도권 교육만이 아이들에게 유익하다고 단정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시험 점수 자체에 집착하는 학교 시스템은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2001년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도입한 ‘낙오아동방지법’이 그렇다. 법 도입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모두 14번의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러야 한다. 이들 시험에서 일정한 성적 표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교직원 감축이나 폐교까지 각오해야 한다. 미국 교사들이 성적 도구가 되고 있는 사례이다.

저자들은 시험 없이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핀란드 교육제도에 주목한다. 핀란드의 표준화시험은 고등학교 말에 치르는 시험 한 번뿐이다.

시험 없는 학교가 가능할까. 우리 교육부는 2016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중학교에서 시험 없이 진로 탐색 시기를 갖자는 취지다. 그러나 ‘학교에서 놀고 학원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시험과 성적이란 굴레는 쉽게 벗겨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40여년 학교교육 연구에 몰두한 로빈슨 교수는 교육에서 시험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표준화 시험의 대안으로 채택한 ‘러닝 레코드’ 평가법을 제시한다. 학생들 스스로 학습을 주도하면서 학습 경과를 기록하고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는 평가 방식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시험과 등급 없이 평가받는 교육법도 예로 든다. 영국에는 프리스쿨이란 학교가 있다. 전통 교수법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는 학교다. 기존 교육제도에서 벗어난 이런 학교들의 등장은 교육 주체인 학생들에게 잃어버렸던 ‘진짜 학교’를 돌려주기 위한 시도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이들은 “지금처럼 분업화하고 획일적인 교육 방법은 산업화 시대에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경제적 이익이 높아진다는 개념에 입각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학교혁명에 돌입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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