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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지는 성장하고 있다

입력 : 2015-12-01 14:39:28 수정 : 2015-12-01 18: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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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의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를 읽고 제 연습생 시절이 떠올라 울컥했어요.”

수지(본명 배수지·21)에게 있어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지난 25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이 영화에서 수지는 ‘건축학개론’(2012) 이후 자신을 따라다닌 ‘국민 첫사랑’이란 타이틀을 내려놓고 꾸미지 않은 맨얼굴의 매력을 뽐냈다.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으로 역사에 기록된 실존인물 진채선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1년 넘는 시간 동안 판소리연습을 해야 했고, 사극연기의 기본부터 다시 익혀야 했다.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 이후 안정적인 노선을 마다하고 굳이 ‘도전’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판소리와 수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었지만 1년여의 땀나는 노력 끝에 그는 비로소 진채선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도리화가’ 개봉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수지는 “판소리나 사극을 떠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연습생 시절 데뷔를 준비하고 가수 꿈을 키워오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채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울컥했죠. 순수하면서도 당찬 채선을 보며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출연을 결정하고 난 후부터가 문제였다. 가장 큰 과제였던 판소리부터 스크린 첫 주연이란 타이틀까지 어깨가 이만저만 무거운 게 아니었다. 단지 ‘해보자’는 결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기에 심적 부담감이 꽤 컸다. 그 때, 수지는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 영화에서 제니퍼 로렌스도 전문 댄서는 아니지만 춤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저 역시 채선이 판소리를 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을 보여주면 어떨까. 전문 판소리꾼은 될 수 없겠지만 채선이 점점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순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겨났죠.”



‘도리화가’는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조선시대 금기를 깨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 된 진채선과 조선을 대표하는 ‘판소리의 대가’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 수지는 이 영화에서 대선배이자 연기파 배우인 류승룡과 스승과 제자간 존경을 뛰어넘은 사랑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공감했다는 관객들과 다소 불편했다는 관객들로 반응이 나뉠 정도로 이들의 멜로라인은 적잖은 논란거리가 됐다. 이런 지적에 수지는 다소 ‘쿨’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채선에게 신재효는 특별한 사람 아니었을까요? 우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겠죠. 어려서 부모를 잃은 채선에게 재효는 자신의 재능을 처음으로 알아봐주고 키워준 스승, 그 이상의 존재였을 거예요. 아버지 같고 스승 같은 큰 존재죠. 이를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이라 봐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땐 아닌 것 같아요. 사랑이 맞을 진 몰라도 조금은 다른 사랑의 감정이겠죠.”

수지는 ‘도리화가’를 “MSG 없는 무공해 영화”라 칭하며,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는 아름다운 영화로 관객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 스태프들과 전국 방방곡곡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아낸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바람에도 주목해 달라는 얘기와 함께 놓치기 아까운 명대사들도 읖조렸다.

“영화 초반 신재효 선생이 어린 채선에게 ‘마음껏 울어라. 울다 보면 웃게 될 거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글쎄요. 아직 그게 무슨 뜻인지 다 알진 못해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건 있어요. 제 대사 중에는 채선이 신재효에게 ‘꼭 그렇게 살아야 돼요?’라고 따져 묻는 장면이 있는데, 그 안에 많은 뜻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운명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련한 슬픔, 아픔 같은 게 느껴졌죠.”

2010년 16살 어린 나이에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데뷔,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연기에 첫 발을 내디딘 경력 5년차 배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만 21세밖에 되지 않은 그녀에게 ‘연기의 맛’은 어떤 것인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연기의 맛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연기가 진짜 재밌다’고 말씀하시는 선배 연기자 분들의 인터뷰를 접하면서 저도 그게 어떤 건지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를 막 시작할 때는 재미를 찾기보다는 잘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커서 그 생각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연기의 맛은 배우로서 차차 성장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 아닐까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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