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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씻지 않고 옷만 갈아입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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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30 21:31:33 수정 : 2015-11-30 21: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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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중독 증상 심해… 특단처방 없인 ‘정치적 독립’ 불가능
막강 권한 축소해 정치 연결고리 끊어야
배임과 횡령 혐의로 2년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1심 무죄판결을 받은 이석채 전 KT 회장, 8개월간의 포스코 비리 수사에서 다섯 차례나 검찰 조사를 받고 배임·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 무죄를 선고받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통영함 납품 비리로 구속기소된 뒤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등. 이들에게 검찰 조사를 받은 얘기를 풀어놓으라고 하면 저마다 책 몇권 분량씩은 쏟아낼 것이다.

검찰은 국민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질서를 확립하고, 부패를 척결하고,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법 집행기관이라고 자부하지만 국민에겐 낯선 얘기다. 현실은 한참 거리가 멀다. 지금의 검찰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하지도 유능하지도 않다. 더 결정적인 것은 정치적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수사 때마다 벽에 부딪히기 일쑤고 스폰서 검사, 성추문 검사 등 내부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육법전서는 달달 외울지 몰라도 그 법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건전한 상식이나 소양은 암기 실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검사 개인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의 역량이 눈에 띄게 떨어져 있다.

김기홍 논설실장
검찰이 능력을 의심받고 국민 신뢰를 잃은 것은 무엇보다 정치적 훼절 때문이다. 2000여명의 검사 대부분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국가 최고의 법 집행기관을 불량한 정치검찰, ‘청와대의 하명기구’로 전락시킨 건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사회정의 수호자로서의 영혼을 팔아가며 제 몸의 영달을 좇는 일부 불량한 정치검사들이다. 그들은 검찰 밖의 금배지를 단 정치검찰 출신들과 힘을 합쳐 그들만의 정치검찰 구축에 힘을 쏟는 한편으로 검찰개혁을 한사코 가로막고 있다. 몇몇 검찰총장이 조직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몸을 던진 일도 있었지만 조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의 비정상은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수술만으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정치 중독이 갈수록 심해져 ‘정치적 독립’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해도 도통 알아듣지 못한다. 공익적 목적에 배치되고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자가 진단이, 그것도 현직 검찰 총수의 입에서 나올 정도다. 특단의 처방이 아니고서는 검찰을 바로 세울 수 없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놓지 않고 검찰이 정치를 끊임없이 기웃거리는 것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 경찰수사 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기소재량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국민을 위해 쓰라고 빌려준 칼을 제대로 쓰지 않고 엉뚱한 곳에 휘둘렀다면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가르켜 ‘공중전화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동전이 떨어지면 전화가 끊어지는 공중전화처럼 검찰이 움켜 쥐고 있는 권한을 회수하면 정치권과 연결된 단단한 동아줄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검찰 손에 있는 수사권만이라도 경찰에 맡기면 정치검찰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수사권을 경찰에 주면 인권침해 등이 우려된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권을 검찰에 남겨두었을 때의 ‘검찰 이익’보다 경찰에 넘겼을 때 생기는 ‘국민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오늘 물러나고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이 내일 바통을 이어받는다. 김 신임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명심하겠다”고 했다. 김진태 총장을 비롯한 전임 검찰 총수들이 수도 없이 했던 다짐이다. 그 다짐이 다짐으로 끝나면 ‘검찰은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데 실패했다’는 낙인을 지우지 못한다.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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