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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神의 한 수, 유엔·반기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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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30 21:21:14 수정 : 2015-11-30 2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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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없었다면 한국 탄생했을까
반 총장 방북 통일·세계평화의 전기
한국의 분단과 현대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말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전선에 막바지에 참전한 소련의 야욕에 의해 남북 분단이 되었고, 그 야욕의 연장선상에 한국전쟁이 있다.

미국에 의해 완전히 점령된 일본 열도에 지분을 요구할 수 없었던 소련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에서 그 야욕을 풀었던 것이다. 여기에 당파적 사고에 익숙했던 조선의 후예들은 여전히 당파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부화뇌동한 결과 분단이 되었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일본 점령에 바빴던 미국은 뒤늦게 한반도의 전략적 요충성에 눈을 뜨고, 공세적인 소련의 힘을 수세적으로 38선에서 막았던 것이다. 소련은 그 뒤 김일성정권을 앞세워 결국 한국전쟁을 일으켰고, 그 전쟁으로 인해 한국은 역사의 막장으로 추락했으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망, 실종, 부상, 포로 등 한국전 총 희생자 수는 77만여명에 이른다.

이 전쟁의 발발과정에서 소련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 행사로 적어도 유엔군의 이름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는 명분을 주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까.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당시 소련의 안보리 불참이 스탈린의 계산에 의한 것이었음이 10여년 전 소련 극비문서를 발굴한 역사학자 김동길 교수에 의해 밝혀졌다. 소련은 한국전쟁에 미국의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불참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탈린은 특히 “미국이 한국전 개입을 지속하고 중국 또한 한반도에 끌려들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올지 생각해 보자”는 전후 구상을 내비치고 있으며 “유럽에서 사회주의를 강화할 시간을 벌고 우리에게 국제 세력균형에서 이득을 안겨줄 것”이라는 결과까지 예상하고 있다.

스탈린의 의도대로 소련은 그 후 미·소 냉전체제의 양대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러시아민족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양분하는 소비에트 제국의 영광을 누렸다. 한민족은 한국전쟁을 통해서 미·소 패권경쟁에 처절하게 희생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넘치는 힘과 아직 역부족이었지만 이에 대항하려던 소련의 힘이 부딪친 나라가 한국이었다.

우리는 흔히 결정적 승부처에서의 한 수나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묘수를 가리켜서 ‘신(神)의 한 수’라고 말한다. 스탈린은 인간의 머리로 양극체제의 제왕이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지구적 기운생동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반도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날 조짐이었던 것이다. 서구문명의 한반도에서의 대립과 몰락이라는 ‘신의 한 수’를 느낄 수 있다.

유엔군이 만들어져서 최초로 파병을 한 곳이 한국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하루 만에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였고, 한국 파병을 결의했다. 유엔 결의가 있은 지 12일 만인 7월 7일 유엔군이 창설되었고, 3년간의 전쟁 끝에 유엔은 휴전을 성립하게 된다. 유엔이 창설되지 않았으면 오늘의 한국은 물리적으로 탄생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유엔 결의에 의해 남북한총선거가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의 거부로 남한만의 단독정부가 수립되었다. 만약 당시 남북한총선거가 실시되었으면, 갓 식민지에서 해방된 한민족의 이데올로기적 성향과 유행으로 볼 때,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남북 분단과 휴전선의 모습은 태극기의 모습과 같다. 오늘날 한국의 모습은 천지음양의 기운생동의 모습이고, 아마도 인류문명의 새로운 출발지점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동북아 동이(東夷)문화일대에서 21세기 신문명을 열기 위한 원시반본을 신은 꾀하고 있는 것 같다.

유엔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의 한국은 존재할 수 없다. 유엔군은 아직도 상존하고 있고, 세계에서 유엔군 묘지가 있는 나라도 한국뿐이다. 한국은 냉전체제의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이다. 근대 과학문명을 자랑하는 서구문명이 패권주의의 한계를 보이는 때에 한국이야말로 양 극단을 넘어설 필요성이 극대화된 지역이다. 자유주의와 평등주의가 평화주의로 승화·통합되어야 할 지역인 것이다.

‘신의 한 수’가 앞으로도 유엔을 통해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으로서 첫 유엔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사무총장의 방북은 한국통일과 세계평화를 동시에 꿈꿀 실마리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북통일과정을 떠올리면, 어떤 경우에도 미국 등 주변 4강이 깊숙이 관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공백을 어떤 형태로든 유엔이 담당하면서 점진적 통일이 유력시되고 있다. 반 총장이 퇴임 후라도 중재자로서 적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궁하면 통한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한국은 지금 정말 궁하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통해야 하지 않겠는가.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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