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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올해 두 번째' 北 SLBM 시험발사, 과연 실패일까

입력 : 2015-11-30 15:00:07 수정 : 2015-11-30 15: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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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8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SLBM `북극성-1호`

북한이 지난 28일 동해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돼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발사시험은 지난 5월 동해상에서 실시한 SLBM 수중 사출시험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28일 오후 2시 원산 앞바다 잠수함에서 SLBM을 시험 발사했으나 궤적 추적이 전혀 안 돼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전에 보유하지 않았던 SLBM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험발사 실패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며, 지난 5월 사출시험 이후에도 꾸준히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 1990년대부터 기술 축적···사출시험까지

북한이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이 때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골프급’ 디젤 잠수함을 고철로 도입했다. 1958년 처음 건조된 골프급 잠수함은 R-27(SS-N-6) 미사일을 장착한다. 현대 기준으로는 많이 뒤떨어지지만, 단순하고 북한의 수준에 맞는 기술로 구성되어 있어 역설계가 용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급 잠수함에는 미사일 발사장치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신포급’ 잠수함(2000t급)을 건조한다. 북한에서 가장 큰 잠수함인 ‘로미오급’은 미사일 탑재를 상정하지 않은 채 개발됐고, 노후화가 심해 개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는 ‘2015 3대 안보위협 예측’ 평가에서 “로미오급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해 운영하는 것은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따르지만, 골프급을 역설계한 신형 잠수함에 SLBM 발사관을 탑재한다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힌바 있다.



플랫폼을 확보한 북한은 이후 미사일과 발사장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2013년부터 개발설이 흘러나오던 북한의 SLBM은 작년 10월 함경남도 신포의 지상시험장에서 SLBM 지상 사출시험을 실시한 사실이 위성 정찰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이 강대국의 전유물인 SLBM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기류가 강했지만, 올해 5월8일 북한이 동체에 ‘북극성-1’이라고 표기된 SLBM 모의탄의 수중 사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 북한 SLBM 기술, 어디까지 왔나

북한이 지난 5월과 최근에 실험한 SLBM은 러시아의 R-27 미사일에 기술적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SS-N-6’라 불리는 R-27은 1968년 실전배치돼 1980년대까지 구소련에서 사용됐다. 골프급 잠수함에 탑재되며 650kg의 탄두를 싣고 2400km까지 날아갈 수 있다.

북한은 R-27을 기반으로 2000년대 사거리 3000~4000km인 지상용 ‘무수단’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시험발사 없이 실전배치했다.

군 당국은 무수단 미사일 개발 과정으로 미루어볼 때, 북한이 SLBM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상용 R-27을 지상용으로 개조했다면, 이를 다시 해상용으로 만들 능력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무수단 미사일. 사진=노동신문


특히 SLBM 발사관과 관련된 기술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유입됐을 수 있고, 이란 등과 정보를 공유하며 기술을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다.

군 당국은 적어도 4~5년 후에는 SLBM 시험발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략적 파급효과가 큰 SLBM의 특성을 고려하면 북한 정권 차원의 로드맵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지난 28일 실험, 실패로 치부할 일 아니야

지난 28일의 SLBM 실험과 관련해 정보당국은 실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지난 28일 오후 2시께 강원도 원산 앞바다 잠수함에서 SLBM을 시험 발사했지만 우리 군의 감시 장비에 궤도가 추적되지 않아 실패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고 주호영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우리 군은 SLBM을 개발한 경험은 없지만, 대잠미사일 ‘홍상어’ 등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은 이해하고 있어 북한의 SLBM 시험발사에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시험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관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8일 SLBM 시험발사 직후 웃고 있는 김정은 제1위원장. 후방에 신포급으로 추정되는 잠수함이 보인다. 사진=노동신문


언뜻 보면 SLBM 시험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LBM을 발사하는 방식은 ‘콜드런치(Cold Launch)’가 주로 쓰인다. 탑재된 엔진의 추력으로 날아가는 지상용 미사일이나 로켓과는 달리 SLBM은 캡슐 속에 담겨 수직발사관을 빠져나와 부력에 의해서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고, 캡슐이 깨지면서 점화가 되어 공중으로 솟구치는 방식을 말한다.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 등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로켓 기술을 확보했지만, SLBM은 이와는 또 다른 새로운 차원의 기술 개발이다. 잠수함에서 로켓을 발사한 경험 자체가 없는 만큼 가능한 많은 실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발사시험 실패에 관계없이 시험 횟수를 늘리는 등 기존의 개발 일정을 가속화하면서 실전배치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신포급 잠수함과 SLBM이 전력화될 경우 탐지가 쉽지 않아 미국에 대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는 ‘게임 체인저’(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역할)가 될 것으로 보여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한미 당국의 경계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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