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땐 ‘혁신안’ 사실상 물거품
대표직 사퇴·주도권 상실 우려
주류 “文과 붙겠다는 것” 격앙
비주류 “분열 끝낼 방안” 지지
野 시계제로의 혼돈 상태 빠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또다시 사퇴 압박을 받으며 위기에 처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9일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성 제안을 걷어차고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해서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文
문 대표가 이날 혁신전대에 대해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것은 고민의 심각성을 반영한다.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 등 다양한 그룹의 의견을 들은 뒤 답을 낼 예정이다. 문 대표 측은 “늦어도 이번주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가 고심하는 이유는 혁신전대를 받기도, 거부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거부하면 안 전 대표와 비주류에게 공세 빌미를 줘 내홍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2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악수하자 앉아 있던 윤장현 광주시장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혼돈의 제1야당, 원심력 상승
문 대표와 주류 측은 외견상 자제된 반응을 보였지만 내심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주류 인사는 “그동안 최고위와 중앙위 의결을 거친 혁신안은 다 버려지는 것 아니냐”며 “안 전 대표는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당의 결정은 무의미하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 측 인사는 통화에서 “혁신전대론은 노골적으로 문 대표와 한판 붙겠다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제1야당은 급격히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진들은 이르면 30일 회동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주류 중심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도 같은 날 회동을 갖고 안 전 대표 지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전대 여부가 내홍의 새 불씨로 등장해 당의 원심력을 높이면서 당 밖의 신당 세력을 연결고리로 한 탈당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이날 광주에서 개최한 신당추진위 출범식에는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과 조경태, 유성엽 의원은 축사자로 나서 신당행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문안박 연대를 거절한 것은 다행”이라며 30일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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