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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손내밀고 러시아 뿌리치고···갈등 해결 '평행선'

입력 : 2015-11-29 16:32:10 수정 : 2015-11-29 16: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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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유화 제스처에 러시아 "사과 요구" 강경모드 고수
양국 정상, 파리 기후변화 회의 만남 성사 '촉각'
터키 공군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지 5일이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양국의 갈등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터키가 사건 발생 초반 강경 모드에서 돌아서 대화를 제의하는 등 유화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대화를 거부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전투기 격추에 대한 터키의 사과가 있기 전까지 대화에 응할 수 없다며 오히려 터키를 향한 제재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터키와 러시아의 대립이 여전한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 30일 공식 개막하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나라 정상의 만남이 전격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터키 공군 전투기가 24일(현지시간) 시리아 접경에서 영공을 침범했다며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군은 성명에서 터키 F-16s 전투기가 남부 하타이주 야일라다으 지역 영공을 침범한 전투기에 5분 동안 10차례 경고했으나 무시함에 따라 교전수칙에 따라 공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러시아 수호이(Su)-24 전투기가 터키군의 공격으로 격추되는 모습.
◇ 터키, 영공침범 강력 반발→대화 제의…긴장완화 모색

터키 공군 전투기가 24일 시리아 접경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며 격추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영공 침범 여부를 두고 충돌한 터키와 러시아는 서로 사과를 요구하며 맞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26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사과할 필요가 있는 측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 영공을 침범한 측이 사과해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도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영토와 영공을 침범한 것에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제적 권리와 국가적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며 격추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강경했던 터키의 입장은 그러나 점차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TV 채널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전투기인 줄 알았더라면 "우리 영공 침범에 대해 다르게 대응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러시아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하는 일이 또 생긴다면 같은 방식(격추)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던 앞선 발언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파리 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언급하면서 "파리에서 푸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고 싶다"며 전투기 격추 사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의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28일 터키 서부 발리케시르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이 (러시아기 격추) 사건으로 진심으로 슬픔을 느꼈다"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그렇게 되고 말았다. 앞으로는 재발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도 27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전투기 격추에 대해 "특정국에 반대하는 행위는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하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터키가 이처럼 전투기 격추 사건을 둘러싸고 유화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러시아가 보복 차원에서 각종 제재를 준비하면서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러시아 "터키, 사과해야"…보복제재 강도 수위 높아져

러시아는 터키가 긴장 완화를 위해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사건 발생 직후 "등에 칼을 꽂은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는 강경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는 전투기 격추와 관련한 터키의 사과가 있기 전까지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대신 러시아는 제재 수위를 점점 높여가면서 터키를 압박했다.

러시아는 터키 체류일정이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 금지, 비자 면제협정 잠정 중단 등의 관광 분야 제재를 발표했다.

터키에 대한 보복 제재는 전날 터키산 상품의 금수 조치와 터키인 고용제한 등의 경제 부문으로 확대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가 현재 러시아에 체류하는 터키인이 총 2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힘에 따라 이 중 상당수가 쫓겨날 가능성이 있다.

안드레이 이사예프 러시아 하원 부의장은 "러시아에는 실업자들이 많고 과거 소비에트공화국에 속했던 나라들의 노동자들을 활용할 수 있다"며 터키인 고용제한 조치가 이뤄져도 러시아 노동시장에는 큰 타격이 없다고 밝혔다.

터키가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지만 러시아가 제재를 밀어붙인 것은 터키의 대(對) 러시아 경제 의존도가 절대 낮지 않다는 점을 노린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의 제재가 본격화하면 터키는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터키를 찾은 러시아 관광객은 450만 명으로 독일 관광객 다음으로 많았다.

CNBC에 따르면 터키는 천연가스의 55%, 석유의 3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 양국 정상, 파리 기후변화 회의 만남 성사 '촉각'

터키가 러시아에 대화를 제의한 만큼 파리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의 만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단 파리 기후변화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만나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부토울루 총리도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 정상이 파리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단 러시아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터키 측으로부터 파리 회의에서 대화하자는 요청을 받았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전투기 격추 당일에도 사건 7∼8시간 후에 푸틴 대통령과 접촉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였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두 번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강경 모드를 유지하면서 파리 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터키와의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면 러시아에도 득이 될 것이 없어 파리에서 두 나라 정상의 회동이 전격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가 전투기 격추에 따른 보복 조치로 각종 제재를 쏟아내고 있지만 터키가 러시아의 다섯 번째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대립이 이어지면 러시아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CNBC는 "러시아에도 터키는 독일 다음으로 중요한 교역 파트너"라며 "러시아가 터키와의 경제관계를 끊으면 양국 모두 에너지, 관광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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