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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완공까지 22년' 제주 해군기지···'반쪽항구' 가능성도

입력 : 2015-11-29 11:58:25 수정 : 2015-11-29 15: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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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까지 4시간이면 도착, 크루즈 유치 등은 '과제'

   

25일 계류시험을 위해 제주 해군기지로 이동하는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사진=해군.

해군 주력함정들의 한반도 남방 해역 작전을 지원할 제주 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9일 해군에 따르면, 제주 해군기지의 전체 공정률은 94%로 올해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해군은 11월 말까지 함정 계류시험을 모두 마치는 등 기지 가동 준비에 한창이다. 

앞서 해군은 부두 지원시설 점검을 위해 9월 16일 7600t급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을 시작으로 지난 2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함정 21척을 투입해 계류시험을 마쳤다.

지난 25일 함정 계류시험을 위해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한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함장 김성환 대령(해사 46기)은 “계류시험을 통해 항만으로서의 정상적인 기능과 함정 안전에 전혀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기동전단의 모항이자 작전기지로서의 큰 역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내년 초 준공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갈 제주 해군기지는 이어도 등 한반도 남방 해역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해상교통로 보호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민군복합항의 기능을 담당할 크루즈터미널 공사가 늦어지는 등 ‘반쪽짜리 항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우여곡절 끝에 완공···해군 “공사 마무리에 최선 다할 것”

제주 해군기지는 2006~2015년까지 정부예산 1조231억원을 투입해 제주 강정해안에 함정 20여척과 15만t급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49만5867㎡(15만평) 규모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요는 1993년 12월 합동참모회의에서 반영됐지만 부지 선정과 공사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화순항이 거론됐으나 무산됐고, 위미 지역이 대안으로 제시됐으나 역시 무산됐다.

결국 2007년 강정해안이 부지로 선정돼 2008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기로 하고 2010년 1월 항만공사에 착공한다. 하지만 ‘환경 파괴’를 우려한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1년 늦어졌으며, 군 관사 공사를 둘러싸고 행정대집행이 실시되면서 경찰과 지역 주민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25일 계류시험을 위해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사진=해군.


변남석 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장(해군 준장)은 “25일 기준으로 계류부두 및 방파제를 건설하는 항만공사가 96.5%, 장병들이 사용할 건물과 복합문화센터 등 육상공사는 87%를 기록하는 등 전체 공정률은 94% 수준”이라며 “소요제기 후 22년이라는 오랜 시간과 여러 차례 어려운 고비를 거쳐 완공되는 만큼 최고 수준의 민군복합항 건설을 위해 공사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이어도까지 4시간, 서해 NLL까지 15시간 주파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가 한반도 해역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수심이 깊은 외해가 항만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유사시 함정의 작전 전개가 가장 용이한 곳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지스구축함이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이어도까지 이동하려면 13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에서 출항할 경우 4시간이면 이어도에 도착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인근 해역에 중국 순시선이 출현하는 점을 감안하면 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셈이다.

북한과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작전도 탄력을 받게 된다. 부산에서 연평도 근해까지 21시간이 걸리는 반면 제주에서는 15시간이면 연평도 근해에 도착해 6시간이 단축된다.

해군과 해병대는 이러한 제주 해군기지의 전략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주 지역을 담당하는 군 지휘체계를 12월 1일부로 개편할 예정이다.

해군은 이날 대령급 장교가 지휘하는 해군제주기지전대를 창설한다. 제주 전대는 기지경계와 군수지원 등을 담당한다.

이와 함께 해군 제주방어사령부를 해체하고 해병대사령부 예하 9해병여단을 창설한다. 


지난 9월 16일 제주 해군기지에 처음 입항한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사진=해군


해군제주기지전대 창설 이후 전투부대 전개를 위한 준비가 완료되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의 7기동전단과 진해 잠수함사령부 예하 잠수함전대는 제주로 이동한다.
 
준장이 지휘하는 7기동전단은 세종대왕급(7600t) 이지스 구축함과 충무공이순신급(4400t) 구축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령이 담당하는 잠수함전대는 잠수함 작전을 맡는다.  
     
◆ 풀어야 할 과제 ‘산적’···크루즈·구상권 청구 등

제주 해군기지가 22년만에 완공을 눈앞에 두게 됐지만, 안정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15만t급 크루즈선박의 입항이 실현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크루즈선이 입항할 부두는 모습을 드러냈으나 제주도가 주관하고 있는 터미널 공사는 늦어지고 있어 군사전용 항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2017년 말에는 터미널이 완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조기 완공을 위해 반대측 활동가들을 설득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며 “크루즈터미널 진입로 공사는 문화재 발굴로 일부 지연됐지만 내년에는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항은 8만t 이상의 선박은 입항할 수 없어 복수의 국제크루즈회사에서 답사를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22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제주 해군기지. 사진=해군

해군기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극한 충돌과 갈등의 후유증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군은 공사가 지연되면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어서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군 당국은 항만 1공구 시공업체인 삼성물산에 275억원을 배상금 형태로 지급해야 하며, 항만 2공구 시공사인 대림산업으로부터 230억원을 청구 받아 중재절차 돌입 여부를 놓고 협의를 진행중이다.

해군은 대령급 법무장교를 팀장으로 하는 ‘구상권 행사 TF’를 구성해 손해산정과 민사소송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화합 차원에서 대승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해군은 “정치적으로 별개인 법의 집행 문제”라는 입장이다. 구상권 행사가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반대측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갈등과 충돌이 재연될 수 있어 군 당국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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