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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동생에 골수이식 열두살 소년 "저는 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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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9 10:13:12 수정 : 2015-11-29 1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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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잭 톰슨이에요. 올해 열두 살이에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살고 있어요. 여러분께 용감한 제 동생을 소개하고 싶어서 이렇게 펜을 들었어요.

지난해 7월, 엄마가 제 동생 루이스(6)에게 뭔가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온몸에 멍이 들고, 여기저기 붉은 반점이 생긴 게 심상치 않다고 하셨죠.

병원에 다녀온 엄마는 충격받은 모습이셨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루이스에게 백혈병 진단을 내리셨기 때문이에요. 백혈병이 뭔지 잘 모르지만, 루이스가 아픈 것만은 분명했어요.

동생이 병원에 들어간 이후, 오랫동안 만날 수 없었어요. 나쁜 병균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동생이 아무도 못 만나게 의사선생님께서 막으셨거든요. 보고 싶은 동생 얼굴을 까먹을 만큼 오랜 시간 루이스를 볼 수가 없었죠.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동안 루이스는 화학치료를 받았대요. 몸속 나쁜 세균을 죽이는 치료였죠.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어요. 화학치료가 끝난 후에도 동생 몸에는 35% 이상 백혈병 세포가 남아있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결국 아빠, 엄마 그리고 저는 병원에서 따끔한 주사를 맞았어요. 가족 중에 동생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래요. 부모님께서는 희망이 없으셨죠. 의사 선생님께서도 “루이스에게 골수 이식을 할 사람이 가족 중에 없다면 다른 병원이나 해외로 눈을 돌리셔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골수 이식’.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아마 루이스를 살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 같았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제가 루이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가려졌어요. 제 골수가 동생의 그것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순간 울었어요. 아마 동생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무척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동생이 백혈병 진단을 받고 다섯 달 정도가 지난 작년 12월3일, 저는 수술대에 올랐어요. 양쪽 엉덩이에서 건강한 골수 175ml 정도를 빼는 수술을 받았죠. 엉덩이에서 나온 골수는 곧바로 동생의 몸에 들어갔어요.

제가 ‘열두 살’이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수술을 무서워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오히려 동생을 도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어요. 왜냐면 저는 ‘형’이니까요. 형이 동생을 돕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고, 무서워할 일도 아니에요.

몇 주 후, 루이스는 웃으며 일어났어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낸 우리 가족도 정말 오랜만에 입가에 미소를 띨 수 있었어요. 특히 엄마, 아빠가 무척 즐거워하셨어요. 즐거움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골수 이식을 한 건 의사 선생님께서 동생 몸속의 나쁜 세균을 5% 이하까지 떨어뜨리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제 골수가 루이스의 몸에 들어간 후, 동생을 괴롭히던 나쁜 세균이 다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수술 후, 약 3개월이 지난 올 3월의 이야기예요.

3월에 퇴원한 루이스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어요. 환하게 웃는 동생을 보면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어른들은 모를 거에요. 어른들은 제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루이스도 짐작하지 못할 거라고 말씀하시지만, 동생은 자신을 위해 제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으리라 믿어요. 그렇지 루이스?

오는 12월3일은 골수 이식 수술을 하고 꼭 1년이 되는 날이에요. 게다가 퇴원 후, 온 가족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어서 기대하는 중이에요. 어느 때보다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요.

엄마는 저와 동생에게 ‘영웅’이라고 말씀하세요. 헤헷, 제가 영웅이라 불리지 좋지만… 사실 진짜 영웅은 제가 아닌 동생 루이스에요. 루이스! 네가 최고야! 사랑해!

위 이야기는 영국 미러가 소개한 ‘잭-루이스’ 형제의 골수 이식 수술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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