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IS가 60개국을 ‘악마의 연합’으로 규정한 선전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IS 공습 참여국 국기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태극기도 26번째로 올라 있다. 영상 속 목소리는 “예언자 말씀대로 (국기) 합계가 80이 되면 전쟁의 화염이 죽음의 언덕에서 마침내 너희를 불태울 것”이라고 위협했다. 9월 IS가 공개한 ‘십자군 동맹국’ 명단에도 우리나라가 들어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은 명백하다. IS는 언제 어디서든 테러를 저지를 능력을 지녔다. 최근에는 위조여권으로 국내에 머물면서 국제테러활동을 지지한 외국인이 구속되기도 했다.
철저한 테러방지책을 마련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테러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우려를 낳는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훈령인 국가 대테러활동지침만 있고 테러관련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국회 정보위가 어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테러방지법안 3건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 4건을 상정했지만, 국가정보원 권한 강화 논란으로 시간만 허비했다.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면서 테러 예방·대응능력을 키우는 방안을 찾아낼 능력이 없거나, 국민 안전을 지키겠다는 책임의식이 실종됐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정부는 국회만 쳐다보고 있어선 안 된다. 일단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테러 정보수집 등 테러 대비활동을 강화하고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관련 기관들을 지휘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테러는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대테러 국제연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테러 위협에 겁먹어서도, 무방비 상태여서도 안 된다. 우리가 테러에 취약한 것으로 보이면 언제든 테러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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