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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위층 빗나간 자식사랑에 ‘흙수저’들은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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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7 22:08:41 수정 : 2015-11-28 0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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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빗나간 자식 사랑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번에는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신 의원은 최근 로스쿨에 재학 중인 아들이 졸업시험에서 떨어져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자 로스쿨 원장을 찾아가 구제를 부탁했다고 한다. 신 의원은 “부모 된 마음에 상황을 알아보고 상담을 하고자 찾아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에 4선 의원인 그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할 때 누가 봐도 압력성 청탁일 수밖에 없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로스쿨 부원장을 만나 부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은 부인했지만 아들을 합격시켜 주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올려주겠다고 했다는 얘기까지 있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신 의원이 누구인가.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정풍운동’을 이끌고 2003년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등 ‘개혁의 아이콘’으로 통한 인물이다. 참여정부 시절 집권여당의 새정치실천위원장을 맡아 언론·사법 개혁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당시 논의된 사법개혁 핵심 사안이 바로 로스쿨 제도다. 유명대학 출신이 싹쓸이하다시피 한 법조계 카르텔을 깨기 위해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어떻게든 자기 자식만은 법조인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로스쿨 취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가뜩이나 로스쿨이 도입 취지와 달리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로스쿨을 갓 졸업한 딸의 채용을 대기업에 청탁해 물의를 빚었고,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도 로스쿨 졸업 후 정부법무공단 취업으로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감사원도 고위 직원과 전직 국회의원의 로스쿨 출신 자녀 채용이 문제가 됐다. 로스쿨에 다니는 변호사 딸이 유명 로펌 채용을 일찌감치 약속받았다가 변호사시험에 떨어져 입사가 취소되는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민주주의 기본은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기회 보장이다. 우리 사회는 반대로 가고 있다. 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생 노력해서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국민은 10명 중 2명(21.8%)에 지나지 않았다. ‘취업 절벽’ 앞에 선 젊은 세대는 ‘있는 집’ 자녀들의 엘리베이터 탑승에 ‘헬조선’으로 분노감을 표출하고 있다.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귀에는 수많은 ‘흙수저’들의 원성이 정녕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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