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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역사는 오래됐다. 돈과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는 그림자처럼 따랐다. 아무리 없애려 해도 음습한 곳에서 끈질지게 살아남아 번식하는 악성 바이러스와 흡사하다. 부패는 ‘사회적 바이러스’라고 해야 할까.

부패와의 전쟁. 그 역사도 깊다. 함무라비법전 33조. “출정 명령을 받고 타인을 고용해 대신 보낸 자는 사형에 처하고, 그 집은 고용된 자에게 넘긴다.” 21개월 군 생활도 하지 않겠다며 유명 연예인이 이빨까지 뽑아대는 판이다. 목숨을 걸고 시도 때도 없이 전장에 나가야 했던 고대 제국에서는 오죽했을까. 군역 부패는 참수로 다스렸다.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왕이 세상을 뜬 해는 기원전 1750년. 3760여년 전에도 부패는 ‘뿌리 뽑아야 할 바이러스’였다.

아널드 토인비. 그는 ‘역사의 연구’에서 도전과 응전을 말했다. “문명의 쇠망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 모순에 기인한다”고 했다. “창조적 소수자가 사명감을 잃고 지배적 소수자로 전락하는 순간 쇠망의 길을 걷는다”고도 했다. 지배적 소수자. 화석처럼 변한 머리로 권력 유지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 부패가 고개를 쳐든다. 뇌물. 대가를 바라고 주는 검은돈이 아니던가. 공정은 바라기 힘들다. 그 결과는? 유전무죄(有錢無罪), 유권무죄(有權無罪)···. 갈등은 커지고, 사회 결속력은 와해된다. 망하지 않겠는가.

그런 까닭에 부패 때려잡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역사적인 화두다. 부패를 통제하기 힘들어지는 순간 멸망은 가깝다. 이것이 역사가 말하는 진리다.

국세청 간부 두 사람이 수감됐다. 세무조사를 봐 주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대구지방국세청 국장, 세무조사로 공갈협박을 대신해 주겠다며 12억원을 요구한 국세청 4급 공무원. 혐의를 부인하지만 구속됐다. 나라 곳간이 비었다며 벌이는 세무조사가 무색해진다. 함무라비왕이라면 어떤 벌을 내렸을까.

숙종 때다. 대궐에서 일하는 늙은 아전은 집에 돌아와 이런 말을 했다. “관리들이 모여 종일토록 나라 계책과 백성 걱정은 하지 않고, 오직 고을에서 바치는 선물의 많고 적음과 좋고 나쁨을 말할 뿐이다. 이름 있는 관리들이 이런데 외방에서 거둬들이는 것은 얼마나 많겠는가. 나라가 이 모양이니 어찌 망하지 않겠는가.” 다산 정약용 왈, “수령이 하나 먹으면 아전은 백을 몰래 먹는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를 어찌 바랄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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