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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서울역 고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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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5 21:34:18 수정 : 2015-11-25 21: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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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미국 뉴욕 맨해튼 서쪽에 높이 9m, 연장 2.33㎞의 ‘하이라인’이 개통되었다. 인명사고가 잦자 철길을 고가로 올린 것이다. 로어맨해튼에서 첼시 지구를 거쳐 34번가까지 이어진다. 하이라인은 반세기 동안 뉴욕의 물자 수송을 책임졌다. 하지만 도로망이 확장되면서 화물트럭 운송이 대세가 되었다. 하이라인은 1980년 냉동 칠면조를 실은 세 량짜리 화물열차 운행을 끝으로 철거 운명에 놓였다.

지주들은 철거를 위해 조직적인 로비 활동을 벌였다. 기차를 좋아하던 첼시 주민 피터 오블레츠가 법원에 소송을 내 맞섰다. 철길은 보수되지 않고 방치되면서 뉴욕의 흉물로 인식되었다. 1999년 주민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가 비영리단체 ‘하이라인의 친구들’을 만들어 보존과 재생 운동에 나섰다. 이 노력으로 2002년 뉴욕시는 하이라인을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물이 뉴욕의 새 명물인 ‘하이라인 공원’이다. 철길 노선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했다. 2009년 갠스보트가∼10번가 1단계에 이어 지난해 34번까지 3단계가 개통됐다. 뉴요커들이 빌딩 숲을 거닐면서 여유를 즐기는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지난해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곳을 찾아 서울역 고가도로를 하이라인 공원처럼 녹지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그제 서울시가 지난 45년간 서울을 동서로 이어온 서울역 고가를 29일 0시를 기해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하루 통행량이 4만6000여대에 이르는 이 도로가 폐쇄되면 주변 교통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역 고가로 만리재길이나 퇴계로를 오가던 차량은 염천교나 숙대입구 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남대문시장 일부 상인도 손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서울역 고가는 1996년 안전진단에서 최악의 D등급을 받았다. 도심 흉물인 고가 철거는 시대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공원화 방안 발표만 해도 관련 기관이나 시민과의 변변한 논의조차 없었다. ‘7017 프로젝트’라는 명칭에서 ‘1970년 지어진 고가가 2017년 새로 태어난다’는 뜻보다 2017년 대선이 연상되는 이유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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