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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화성에 사람이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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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5 21:30:54 수정 : 2015-11-25 21: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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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와 환경 바꾸는 테라포밍 필요
극한지역 미생물이 기적 만들 수도
화성에 대한 과학적 발견이 이렇게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뉴스에 오르내린 기사 중 하나는 화성에 소금물이 흐른다는 증거를 발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성의 대기가 오래전 태양풍에 의해 외계로 날려 갔다는 발표가 그것이다. 발견의 중요성도 있지만, 아마도 최근에 성공을 거둔 ‘마션 (the Martian)’이라는 영화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미생물에 관한 논문 한 편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화성에서 살 수도 있는’ 미생물에 대한 것이다.

화성에 생물체가 살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오랫동안 자극해왔다. 그 상상력의 끝은 문어처럼 생긴 외계 생물체를 만들어 냈고, 결국에는 지구를 침공하고 이를 격퇴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화성에서 소금물이 발견됐지만, 화성에 고유한 생물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소금물에는 세균도 살기가 어렵다. 소금 양치질 하면 충치가 예방되는 이유다. 또 화성 대기 중에는 산소의 농도도 너무 낮을 뿐 아니라, 식물이 광합성을 할 이산화탄소도 너무 적다. 더 큰 이유는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기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화 마션에서도 감자를 키우기 위해서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은 화성 토양에 인간의 분변을 섞어주는 방식이었다. 해서 문어처럼 생긴 동물은커녕 지구상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세균도 살아갈 수 없다.

강호정 연세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에는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놈들이 있는데, 이들에게서 한 가닥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보통의 생물은 유기물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가 밥을 매일 먹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미생물 중에는 연탄가스 중독을 일으키는 일산화탄소(CO)를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녀석들이 있다. 최근의 논문에서는 화산 부근이나 소금이 잔뜩 쌓여 있는 지역에서 일산화탄소를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미생물이 새로이 보고됐다. 이들의 생존이 가능한 환경 조건을 조사해 보니 바로 혹독한 화성에서도 번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 이런 발견이 화성에 생물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이 연구의 중요성은 우리가 장래에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 때 이 미생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외부와 차단된 캡슐 안에서 지구에서 운송한 자원으로 생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주가 가능하려면 화성의 대기와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화성의 자연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 미생물을 접종해 유기물이 축적되게 해야 하고, 점차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이식해 대기에 산소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생물체가 살기 적합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테라포밍’ 이라 하는데, 이는 지구와 같은 땅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하고, 이미 알려진 정보도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100년 후에는 지구의 극한 지역에서 발견된 미생물을 활용해 화성 위에서 테라포밍 프로젝트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태평양을 건너서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110여 년 전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가 12초 동안 공중에 잠시 떠 있었을 때 누가 이런 장거리 비행이 가능이나 하겠다고 상상했겠는가.

오늘도 극한 지역에 사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1년 내내 얼어붙어 있는 북극의 땅속에서, 마그마가 끓어오르고 있는 깊은 바닷속 열구에서, 몇 년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소금사막에서 발견되는 희한한 미생물이 어쩌면 수백년 후의 인간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어주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호정 연세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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