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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Chinese Taipei'가 아닌 'Taiwan'을 원합니다

입력 : 2015-11-25 14:59:48 수정 : 2015-11-25 15: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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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대만인이고 싶었던 한 여성이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호칭을 거절했다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미스 어스(Miss earth) 2015’ 대회 무대에 서지 못했다. ‘미스 어스’는 미스 유니버스, 미스 인터내셔널과 함께 세계 3대 미인대회로 꼽히는 대회로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중이다.

“분명 나는 ‘대만은 대만’이라고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대만이고, 자란 곳도 대만이기 때문이다. 어깨띠에도 ‘대만’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적혀 있다. 대회에 출전하는 이상 난 대만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팅웬인(22)은 페이스북에서 대회 주최 측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관계자들은 ‘어깨띠를 바꾸거나, 당장 떠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며 “그들은 오늘 무대에 내가 오르지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진기자들에게도 나를 찍지 못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사연은 이렇다. 대만 출신 팅이 대회에 서는 조건으로 주최 측이 ‘중화 타이베이’라는 글자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팅은 이를 거절했고, 결국 대만을 대표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2001년 '미스 어스'가 출범한 이래 대만의 출전자들은 ‘Miss Taiwan R.O.C(Republic of China)’라고 적힌 어깨띠를 둘렀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은 “관계자들의 실수가 있었다”며 팅에게 ‘Chinese Taipei(중화 타이베이)’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의 압박은 중국 압력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엄연히 주권을 갖고 있음에도 중국은 대만을 하나의 자치구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다. 티벳도 마찬가지다. 중국 상하이스트에 따르면 과거 티벳 출전자들은 ‘Miss Tibet’을 달았으나 현재는 ‘Miss Tibet-China’라 적힌 어깨띠를 두른 채 출전하는 실정이다.

타이베이 타임즈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 측은 “중국이 팅에게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를 대회에 파견한 중국 국제미인대회 협회에서도 ‘중화 타이베이’가 적힌 어깨띠를 둘러야 대회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팅은 참가자들을 막 다루는 주최 측의 태도에도 분노했다.

팅은 “지난 사흘 동안 우리는 나이트클럽과 나이트클럽을 오갔다”며 “남자들과 춤을 추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트클럽 호스티스처럼 느껴졌다”며 “우리가 그동안 대회 참가를 위해 시간과 돈을 들였음에도 죄수보다 조금 나은 대우를 받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스어스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팅의 프로필에서는 그의 국적을 ‘중화 타이베이’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을 눌러 이동한 화면에서는 팅의 국적이 ‘TAIWAN, REPUBLIC OF CHINA’라고 나와 있다. ‘Taiwan, R.O.C’. 팅이 무대에서 두르기 원했던 어깨띠 위 글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팅웬인 페이스북·미스어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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