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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크로스오버’ 문화사역 제동 걸리나

입력 : 2015-11-24 21:35:35 수정 : 2015-11-24 21: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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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교회 헌금 횡령 혐의로 목사 8년형 등 엄벌 세계적인 교회 부흥의 한 해법으로 부상한 ‘크로스오버’라는 문화사역이 법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싱가포르 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최대 개신교회인 시티하베스트교회(CHC)의 콩히(Kong Hee·51) 담임목사에게 교회 건축헌금 약 4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8년 형을, 교회 재정 담당자 5명에게는 3~6년 형을 선고했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콩희 목사는 정당한 문화사역비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교 사상 초유의 사태다. 그가 항소를 포기할 경우 내년 1월11일부터 형이 집행된다. 

시티하베스트교회 전경.
CHC는 교인이 2만명 이상 출석하는 싱가포르 최대의 교회로,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는다. 예배를 ‘팝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해 예배당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이 때문에 교회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의사, 변호사 등 사회 엘리트층 신자도 많다. 교회가 비좁아 선택시티(Suntec City)의 대형 컨벤션센터를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와이드 스크린이 설치된 공간에서 복음성가에 손짓과 몸짓을 곁들인 예배가 매번 열광적으로 진행된다.

설립자인 콩히 목사는 대형 교회를 꿈꾸는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닮고 싶어 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1989년 25세 때 20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시작한 CHC는 현재 출석 성도가 2만7000여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콩히 목사는 기독교의 열정이 MTV(음악전문채널)보다 더 짜릿해야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티하베스트교회에서 설교하는 콩히 목사.
CHC 제공
번영신학과 형통복음을 바탕으로 성장한 CHC는 싱가포르판 여의도순복음교회라 할 수 있다. 콩히 목사 스스로 자신의 역할모델이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라고 말해 왔다. 조 목사도 한 설교에서 콩히 목사를 자신의 제자로 칭하고, 그가 법적 문제에 걸린 것을 안타깝게 여겨 성도들에게 그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요청했을 정도다.

콩히 목사가 송사에 휘말린 것은 2012년 6월이다. 팝가수인 아내 호선(Ho Sun·43)의 미국에서의 음악활동 자금으로 1800만달러(약 208억원)의 교회 자금을 전용한 혐의로 3명의 목사·부목사와 함께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게 됐다. 콩히 목사는 임시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선텍시티 컨벤션센터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건축헌금을 모금하고 있었는데, 그 일부를 아내의 뮤직비디오 음반 제작과 홍보 비용으로 유용했던 것이다. ‘중국술(China Wine)’ 등 일부 뮤비는 선정성 시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콩히 목사와 교회 재정 담당자들은 이것은 엄연히 ‘크로스오버’라는 문화사역에 대한 투자이며, 이를 통해 교회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개인 횡령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 콩히 목사는 아내를 지원한 금액 외에도 회계감사에서 범법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212억원을 추가로 사용한 점이 드러나 곤경에 처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2013년 콩히 목사를 교회 운영에는 관여하지 못하도록 담임직을 면직시켰다.

콩히 목사는 법정에서 “부인의 경력을 위해 쓰인 자금은 대형 교회의 성장과 확장에 필요했고, 이는 목회자의 역할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만약 크로스오버가 아니라면, 우리 교회는 단지 또 다른 교회에 불과하다. 그러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가 두 배로 커지면, 우리 교회의 규모는 세 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콩히 목사가 건축헌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분명한 책임이 있음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문화사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고만 했다”며 “400억원은 액수가 너무 큰 만큼 애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2년을 확정해 달라”고 반론했다. 양쪽의 변론을 경청한 판사는 “콩히와 재정 담당자들이 장기적으로 교회에 해를 끼칠 생각으로 헌금을 유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400억원이라는 큰돈을 잘못 사용한 책임은 인정한다”며 콩히에게 8년형을 선고했다.

교인들과 네티즌의 생각은 엇갈리고 있다. 교인들은 “우리의 지도자들을 믿는다. 세상의 법은 크로스오버 사역이 의미하는 영적인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특이한 방법을 통해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했던 것”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반면 네티즌들은 “싱기포르는 깨끗하고 정직하며 법질서가 확립된 나라다” “작은 나라지만 선진국 반열에 든다” “피고인의 배경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동등한 법을 집행한 것에 존경심을 표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은 교회의 문화사역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나친 호사나 불투명한 공금 사용에 대해서는 제동을 건 사례로 남게 됐다.

정성수 문화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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