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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秦… 왜 24년 만에 멸망했는가?

입력 : 2015-11-20 20:03:48 수정 : 2015-11-21 00: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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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이어온 周 멸하고 통일
패기만만 秦, 2대 만에 스러져
흥미로운 中 고대사 술술 풀어내
이중톈 지음/김택규 옮김/글항아리/1만2000원
진시황의 천하/이중톈 지음/김택규 옮김/글항아리/1만2000원


중국사의 대가로 알려진 이중톈이 진시황 시대를 전하는 소설 같은 역사책을 냈다. 오늘의 중국 영토를 이룩한 첫 왕조는 진(秦)이었다. 영어 표기 China도 진의 독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진은 서기전 230년 주(周)를 멸망시키고 중원을 통일했으나 서기전 206년 한(漢)의 유방에 제압돼 사라진다.

여러 왕조가 출현한 중국 역사에서 진의 역사는 독특하다. 최단 기간인 2대 만에 멸망했으나 오늘날과 비슷한 강역을 처음으로 정복했고, 지방관을 파견한 강력한 중앙집권의 첫 왕조였다. 이중톈은 주와 진을 비교한다. 주는 800년 만에 멸망했고 진은 2대 24년을 지탱했다. 젊고 패기만만한 신흥 국가인 진은 새로운 기상으로 나날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진왕 영정(진시황)은 백성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대신 책을 불사르고 선비들을 생매장(분서갱유)했으며 학정을 폈다. 진의 정치시스템이 전제주의였기 때문이다. 전제주의와 학정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전제주의가 꼭 독재주의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중국사에서 전제주의이면서 독재주의였던 것은 명나라 주원장 이후부터다.

이중톈은 ‘진시황의 천하’에서 진시황의 통치와 진나라의 정치시스템을 분석한다.
사진은 중국 산시성 린퉁현 진시황릉 병마용갱에 있는 병마용.
연합뉴스
진시황을 비롯한 지배세력은 북에서 온 융적이었다. 유목민인 그들은 강력한 군대로 천하를 손에 넣었다. 무력과 강권이 지배 수단이었다. 무력으로 권력을 잡은 군사집단이 별안간 천하를 집어삼키고 정권을 공고히 하려면 군사적 통제와 가혹한 형법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것이 학정의 유래다. 진시황의 이런 잘못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한을 일으킨 유방조차 이를 의식하지 못했다.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이후 신하 육가는 늘 유방 귀에다 시경과 서경을 읊어댔다. 유방은 화를 내며 욕을 퍼부었다. “이 천하는 내가 말 위에서 얻은 것인데 왜 빌어먹을 글귀 따위를 지껄이느냐.” 육가는 반문했다. “말 위에서 얻은 것을 역시 말 위에서 다스릴 수 있습니까.” 이 말은 훗날 명언이 되었다.

말 위에서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다스릴 수 없다고 했다. 왜일까. 천하를 얻는 것은 무력에 의지하지만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권력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권력과 무력은 다르다. 무력은 폭력이지만 권력은 폭력이 아니다. 권력사회는 반드시 무력사회를 대체하기 마련이다. 진은 망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진 멸망의 원인은 무력과 권력을 분간하지 못한 데 있었다. 진시황은 권력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몰랐다. 그들의 멸망은 아시리아 제국과 판에 박은 듯 똑같다.

진시황의 무자비한 독재는 필연적이었다. 제국을 창시한 지배세력은 본래 군사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군사집단은 권력의 집중과 리더의 독재를 선호한다. 그런 방식이 아니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권력사회의 통치자들은 어김없이 독재자였다. 군대의 유지와 장악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무력으로 빼앗은 것은 역시 무력으로 빼앗기기 쉽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진 제국은 중앙집권과 지방관리의 대리통치에 의해 지탱되었다. 중앙에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습 영주와 방국을 제거해야 했다. 그 공백을 군현을 통치하는 관리로 메웠다. 관리는 통치자의 대리인이다. 진은 학정을 인정(仁政)으로 바꾸거나, 적어도 인정처럼 보이게 해야 했다. 중앙집권과 지방관의 대리 통치 외에 또 하나의 기둥, 즉 인정을 세워야 했다. 이것은 물론 몇 대에 걸친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 모든 것을 처리한 유능한 군주가 있었다. 그는 한 무제였다. ‘진시황’은 2000여년 전의 억압적 지배자에 대한 고리타분한 연구서가 아니다. 저자는 고대사를 현대 용어로 풀이하면서 흥미로운 역사적 교훈을 도출해낸다. 이 책은 이야기식으로 엮어서 술술 읽힌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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