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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한가지만 잘 하면 성공하는 시대라고?

입력 : 2015-11-16 05:00:00 수정 : 2015-11-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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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엔 흔히들 선망하는 직업부터 저런 일도 있었구나 할 만큼 생소한 직업까지, 정말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이 모든 일은 어떤 식으로든 다 의미가 있고 필요한 자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각각의 직업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시선에는 언제나 ‘차별’과 ‘등급’이 존재한다. 흔히 미래에 ‘유망하다’고 표현되는 직업들도 대개는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다른 한편으로 ‘평생직업’과 ‘평생직장’의 개념도 무너진 지 오래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흐름에 따라 수많은 직업이 새로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직업관을 가지고 있으며, 또 미래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돈보다는 ‘삶의 여유’와 ‘만족’을 쫓고자 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소득이 낮아도 저녁시간을 보장받는 일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은 두세 차례가 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직업 관련 전반적인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58.9%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회의 허리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30~40대가 직업에 대한 불안감을 보다 크게 느끼고 있었다.

전체 10명 중 7명은 소득이 낮아도 저녁시간을 보장 받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고 개인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특히 30대의 바람이 큰 편이었다. 또한 절반 이상이 고소득 전문직보다는 소득이 낮아도 만족도가 높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일의 만족도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장 돈 몇 푼을 더 버는 것보다는 삶의 여유와 만족도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직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교사나 공무원이 아닌 이상은 이제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적용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5.2%가 우리나라에서는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바라본 것이다. 이런 인식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모두 동일했다. 반면 평생 한 곳의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 평생 한 가지의 직업으로 사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시각은 4명 중 1명만이 가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50대가 평생직장과 평생직업을 보다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편이었다.

실제 평생 몇 군데 정도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한 곳, 즉 평생직장이 이상적이라는 응답은 14.1%에 그쳤다. 3번의 직장경험을 가장 적정하게 바라봤으며, 두 군데를 꼽는 응답자도 많았다. 다만 교사 및 공무원의 경우에는 평생직장을 이상적이라고 바라보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한 회사에서의 적정 근속년수로는 10~15년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4~5년(18.4%) ▲20년 이상(17.3%) ▲3년(12%) 순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급여 소득을 받고 있는 직장인들은 현재의 직업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10년 정도는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다음으로 향후 5년 정도 또는 20년 정도를 예상하는 시각이 뒤를 이었다. 다만 당장 1년 앞이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14.5%에 이르렀는데, 특히 젊은 층이 직업의 불안정성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내가 원할 때까지 현재 직업을 유지 하고 싶다는 의견 역시 젊은 층에서 두드러졌다. 희망 정년시기로는 보통 만 60~64세를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를 기준으로 만 55~59세(17.6%), 만 65~69세 등 대체로 만 55세 이후를 은퇴 나이로 많이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현재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재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어본 결과, 전체 22.6%만이 재선택의 의향을 보인 것이다. 반면 절반 이상은 현재의 직업을 다시 선택할 의향이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4.2%였다. 다시 선택하고 싶은 직업으로는 공무원(15%)과 교사(10.3%) 등 소위 평생직업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전문직(7%), 사무관리직(5.9%)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우리사회의 미래 직업상은 어떤 모습일까. 전체 66.3%는 한 가지만 잘해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창 직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젊은 세대가 더 이상은 한 가지 능력만으로 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보다 강했다. 전체 81.1%는 앞으로는 직업에서 더욱 많은 지식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직업에서 더욱 많은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도 대부분 동의했으며, 로봇의 등장으로 단순 노동 일자리가 줄어들 것 같다는 것도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10명 중 6명은 앞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식을 쌓기보다는 기술을 배우는 것을 선호할 것이며(62.7%), 취업보다는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57.6%)고 내다봤다. 대학입학과 관련해서는 절반 이상(55.3%)이 명문대학 선호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앞으로 대학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23.8%)은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대학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의견과 비동의 의견이 크게 대립되는 모습이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소통능력’은 향후에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질 것으로 예상됐다. 10년 후를 전망했을 때 취업 시 가장 요구될 것 같은 능력 및 지식분야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소통능력(56.7%·중복응답)을 첫손에 꼽은 것이다.

특히 여성과 30대가 소통능력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했다. ▲언어구사 능력(42.6%) ▲공감 능력(39.4%) ▲넓은 대인관계(35.3%) ▲사회과학 지식(34.5%)이 취업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며 ▲생명과학/의학 지식(31.4%) ▲성실성(30.9%) ▲예절/매너(29%) ▲착한 인성·도덕성(27.3%)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한편 미래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불평등(56%, 중복응답)이었으며, 이는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또한 ▲불안(48.1%) ▲팍팍한(46.6%) ▲갈등(44.1%) ▲혼란(40.2%) ▲정의롭지 않은(38%) ▲숨막히는(36.5%) ▲단절(32.1%) ▲독점(27.6%) ▲통제(26%)와 같은 이미지도 많이 연상했다.

트렌드모니터는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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