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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들이닥친 어둠… 빛과 사랑으로 이기다

입력 : 2015-11-13 19:36:25 수정 : 2015-11-13 19: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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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 꽃과 가시 상징으로
전쟁의 잔혹함과 폭력성 고발
상처 남지만 평화의 소중함 일깨워
로마나 로마니신·안드레이 레시프 지음/최혜기 옮김/산하/1만2000원
론도의 노래/로마나 로마니신·안드레이 레시프 지음/최혜기 옮김/산하/1만2000원


우크라이나 출신의 두 작가가 지난해 벌어진 전쟁을 바탕으로 동화를 썼다. 어른들은 전쟁의 잔혹함과 폭력성 때문에 아이들에게 전쟁 이야기를 꺼리지만, 어린이들도 전쟁의 비참함과 상처에 대해 알아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론도는 아름답고 특별한 마을이다. 주민들은 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며 시를 짓는다. 마을 한가운데서 자라는 꽃들은 아침마다 ‘론도의 노래’를 부른다. 이곳 사람들은 꽃들의 노래를 들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열심히 일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재주 많은 세 친구 단코, 파비안, 지르카도 평화롭고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론도에 전쟁이 들이닥친다. 전쟁은 무서운 소리를 내는 기계를 앞세우고 마을로 들어왔다. 눈부시게 밝고 아름답던 론도는 어느새 새카만 어둠에 휩싸인다. 론도의 꽃들은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전쟁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향기도 없는 가시 돋친 검은 꽃들이 돋아난다. 세 친구가 나서서 전쟁과 대화를 시도한다. 평화로운 이 마을에서 물러나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거다.

하지만 전쟁은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세 친구는 전쟁과 똑같은 방법을 쓰기로 한다. 돌과 쇠붙이를 던져 전쟁의 심장을 공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전쟁은 심장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더 짙은 어둠과 무거운 침묵 속에 잠긴다. 그러나 단코는 기어코 시든 꽃들을 살리려 한다. 단코가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자, 전구에서 밝은 빛이 나와 어둠 속으로 뻗어 나간다. 단코가 론도의 노래를 부르자, 고개를 숙였던 꽃들이 하나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빛이 서서히 어둠을 밀어내고, 노래가 섬뜩한 전쟁 기계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단코는 깨닫는다. 어둠에는 빛으로 맞서야 하고, 폭력에는 한마음이 되어 부르는 노래로 맞서야 한다는 것을. 세 친구는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빛을 내는 기계를 만든다. 마침내 기계에서 커다란 밝은 빛이 뻗어 나가고 마을 사람들이 꽃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가 울려 퍼지자, 전쟁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전쟁이 데리고 온 검은 꽃들과 가시덤불도 사라지고 어둠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다.

어린이책에서는 흔히 평화와 협력이 전쟁과 폭력을 이긴다는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이 책은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도 모든 게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다시 마을을 세우고 꽃들도 노래를 부르지만, 세 친구의 몸에는 제각기 전쟁의 상처가 남는다. 론도 사람들 모두의 가슴속에 슬픈 기억이 새겨진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기억 덕분에 우리가 평화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은 전쟁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강렬한 상징들로 전쟁과 평화의 이미지를 대비해 보여 준다. 세 친구의 깨달음처럼, 폭력은 폭력으로 물리칠 수 없다. 우리 마음에 빛과 사랑이 가득할 때만이 폭력을 이겨낼 수 있다. 사랑에 의해서만 사랑이 가능하듯, 평화도 평화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뉴호라이즌 부문 라가치상을 수상한 책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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