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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양안 정상회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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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12 21:34:01 수정 : 2015-11-12 2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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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연연치 않고 구동존이 추구
성급한 통일논의보다 신뢰가 우선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중국과 대만의 정치지도자가 66년 만에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중국주석과 마잉주 대만총통은 ‘한 형제, 한 가족’ ‘중화민족’이라는 말로 한민족임을 강조하면서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 1958년 중국이 대륙에서 불과 1.8㎞ 떨어진 금문도에 포격을 가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금문도는 이제 대륙의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양안(중국· 대만) 평화의 상징이 됐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무력충돌과 군사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중국과 대만은 한때 포격을 주고받았지만, 2001년 대만이 금문도에 소삼통(通航·通商·通郵)을 허용했고, 2008년 마잉주 총통 취임 이후 양안 간 인적·물적 교류는 급속도로 증가해 현재 대만 수출의 4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타이베이는 웬만한 중국 대도시와 직항노선으로 연결돼 있어 양 국민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대만이 자랑하는 고궁박물관은 수년 전부터 중국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북한의 핵공갈, 북방한계선(NLL) 및 휴전선 포격도발 등으로 군사긴장이 지속되면서 자유왕래는 물론 서신교환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남북관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국제정치학
이번 양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마 총통은 1992년 합의한 ‘하나의 중국’을 재확인한 것 이외에 합의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흔한 공동성명도 없었다. 이미 양안의 국민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실질적인 자유무역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같은 것을 추구한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하에 활발한 교류협력을 지속해 온 결과다. 시 주석이나 마 총통 모두 통일을 원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와 합의 달성에 목을 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임기 중에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임기의 반환점을 돈 박근혜정부도 남북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정치권이 정상회담에 매달릴수록 남남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우리에게는 합의이행을 강요하는 악습을 되풀이할 것이 뻔하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정치·정략적으로 보지 말고 원칙적이며 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및 정부 내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자주·평화·민주의 통일 3원칙하에 자유·인권·행복이 보장되는 완전한 민주국가로 통일한다는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 통일방안을 수정한다고 통일이 가까이 올 것인지 의문이다. 혹자는 통일을 떠들면 떠들수록 통일은 점점 더 멀어진다고 한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이 통일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논의보다는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차원에서 북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정책, 북한의 개혁과 개방, 민주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및 통일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청와대 오찬자리에서 서울의 모 대학 교수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나 약속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건의한 것이 기억난다. 한번의 정상회담으로 남북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합의나 공동성명이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남북관계와 남남갈등의 현주소를 현명하게 예측한 것이었으나 그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합의나 공동성명이 아니라 구동존이 원칙하에 교류협력을 강조한 시 주석과 마 총통의 정상회담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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