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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의 밤을 밝히자” 부로의 따뜻한 자본주의 실험

입력 : 2015-10-30 19:19:42 수정 : 2015-10-30 19: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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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알렉산더 지음/박산호 옮김/시공사/2만4000원
아프리카의 배터리킹/맥스 알렉산더 지음/박산호 옮김/시공사/2만4000원


인류의 원조가 가장 많이 살았다는 아프리카, 공룡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됐던 아프리카는 현재 빈곤의 대명사이다.

수많은 국가와 자선단체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빈곤의 굴레를 끊기란 쉽지 않다.

2007년 빌 게이츠는 다보스포럼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창했다. 기업과 빈곤층이 상생하는 회사와 상품을 개발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서구에서는 탁상공론만 이어질 뿐 현장에 나가 실현한 사람이나 단체, 기업은 없었다.

이 책은 현장에서 이를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로’라는 브랜드로 가나에서 월정액 배터리 서비스를 시작한 알렉산더 형제의 스토리이다. 전기가 귀한 가나에서는 안성맞춤 사업이었다. 값싸고 성능 좋은 배터리를 임대하는 사업을 한다면 현지인들의 소득 증대와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기료가 낮아지니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제품값이 낮아지니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이 책은 부로가 가나의 대표 배터리 브랜드로 올라서기까지의 여정을 전한다. 이른바 ‘창조적 자본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빈곤을 타파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전한다.

부로의 초기 경영 형태는 선진국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처량했다. 직원들이 트럭에 배터리를 싣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고객들을 찾아다니는 1차원적인 마케팅을 기본으로 했다.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렸다.

하지만 이 작은 기업의 노력은 나비효과를 발휘했다. 밤새 손전등을 켜둘 수 있어 가나의 밤은 안전해졌고,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숙제를 할 수 있었다. 늘 라디오를 들을 수 있기에 고된 노동에도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낮은 임대료에 성능이 월등하니 주민들의 입소문은 빠른 속도로 퍼졌다.

찌는 듯한 더위, 독충과 병원균, 어쩌다 한 번 나오는 물, F1보다 더 스릴 넘치는 지옥 교통, 수많은 원조 탓에 공짜를 당연시하는 문화, 가나인들의 무감각한 시간관념, 관료들의 부패 등 수많은 난관이 형제를 가로막았다. 그들은 나름의 기지와 유머로 상황을 멋지게 역전시켰다.

주인공은 ‘버라이어티’ ‘피플’ 등의 잡지에서 편집장으로 일한 형 맥스 알렉산더와 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자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인 동생 휘트 알렉산더였다. 이상한 조합의 형제였지만 아주 유쾌한 모험에 도전해 성공했다. 기업의 영리 추구가 곧 빈곤층의 번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착한 자본주의의 실험이었다.

형제는 이 사업이 자선활동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낮은 가격이지만 기업의 이익을 주는 선순환 구조였다. 맥스가 쓴 이 책은 기업의 영리 추구가 빈곤층의 번영으로 이어지는 아프리카 첫 실험기다. 무작정 떠난 어느 형제가 펼치는 좌충우돌 모험기이기도 하다. 형제는 배터리로 가나의 밤에 불을 밝히는 동시에 아프리카 빈곤 해결을 위한 희망의 빛을 밝혔다.

가나의 사례는 인근 국가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 낮은 원가에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인근 각국에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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