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문학동네/1만1500원 |
“신기하지 않나, 내 숨이 하늘을 난다는 게.”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리야?” “저 비눗방울 안에 든 숨 말이다, 내 숨. 하늘을 나는 것도 신기하고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유하가 비눗방울을 불며 한 말에 린아는 코웃음쳤다. 줄 게 있으니 꼭 만나자는 부탁을 거절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유하가 떠나버렸다. 아빠의 죽음 이후, 생애 두 번째 장례식을 맞은 린아. 그런 린아를 유하가 위로하려고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미안함에 린아가 유하를 부른 것일까. 숨을 불어넣어야만 존재하는 ‘비눗방울’을 매개로, 세상을 떠난 유하와 세상에 남은 린아는 다시 만난다. 괜찮으냐고 무섭지 않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내가 귀신인데 뭐가 무섭노 하며 왼쪽 뺨의 보조개를 드러내며 웃는 유하는 엊그제처럼 씩씩하다. 유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49일, 딱 7번. 쌀쌀맞던 린아는 이제 유하를 만나기 위해 그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달려간다. 색색의 수국이 흐드러진 언덕길을 결코 친해질 것 같지 않았던 사월이, 지호와 함께 숨 가쁘게 달린다.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였으며, 누군가에게는 잠깐 같은 반 친구였던 유하의 죽음을 계기로, 아이들이 불가항력의 경계를 건너 다시 만나고 제대로 작별하며 성장의 한마디를 넘어가는 이야기다. 어린이들은 이승과 저승을 넘어 어린이끼리 탄탄하게 연대한다. 어른들이 자신들을 구해주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우리는 스스로 자라겠다’는 당당한 선언을 남기는 것이다. 두려움과 한숨 말고 보태 준 것이 없는 오늘날의 어른들은 이처럼 해맑고 용감한 작품을 읽을 자격이 없다. 아이들이 아픔으로부터 단단해지고 편견과 외로움으로부터 서로를 찾아내고 마침내 반짝이는 선물을 발견하는 순간들은, 타박타박 걸어가는 담담한 문장과 소중한 순간을 앨범처럼 담은 맑은 그림으로 재현되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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