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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고비… 이야기로 풀어내다

입력 : 2015-10-16 20:22:03 수정 : 2015-10-16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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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기 지음/삼인/1만8000원
시대의 이야기 이야기의 시대-이야기로 읽는 한국 현대사/신형기 지음/삼인/1만8000원


‘이야기’는 사람의 기억을 퍼뜨리는 손쉬운 방법이다. 신형기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이야기’ 형식을 빌려 한국 현대사 비평을 시도한다. 수기나 일기, 르포르타주, 기행문, 혹은 문학작품 등을 토대로 설명한다. 저자의 논점은 시대를 이끄는 것은 ‘담론’ 같은 고상한 게 아니라 그 시대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1945년 8월 해방정국. 북한을 접수한 소련군은 항일 무장투쟁을 벌였던 진짜 김일성 장군 대신 소련군 소속 김모를 ‘김일성 장군’으로 부각시킨다. 소련군이 만든 북조선인민위원회는 온갖 선전선동 수단을 동원해 ‘김일성 장군’ 이야기를 퍼뜨린다. 비록 지어낸 이야기일지라도 김일성이 북한의 권력을 거머쥐는 데 매우 유용했다. 이야기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신 교수는 “북한에서 김일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항일무장투쟁의 이야기가 증식되고 고착됐던 과정은 그의 권력이 절대화되는 과정이었다. 이런 결과는 북한 체제가 이야기로 세워졌다는 설명을 불가피하게 한다”고 했다. 특히 ‘이북통신’ 이야기는 논쟁거리가 될 만하다.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이승만정권과 방응모가 만들어 낸 ‘이북통신’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로 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북통신을 통해 소련군의 악행은 부풀려졌고, 미군은 미화됐다. 소련군이 강간과 겁탈을 일삼았다는 이야기, 소련군 여성 장교가 북한 남성에게 환각제를 먹여 노리갯감으로 삼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이북통신을 통해 남한 사회에 퍼졌다. 6·25전쟁 이전에 이미 반공이 국시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어 4·19와 혁신 담론, 베트남전쟁 이야기, 새마을운동 이야기, 전태일 노동 이야기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야기는 해방과 혁신의 촉매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배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대중을 향해, 혹은 대중에 의해 발화된 이 심각한 이야기들이야말로 시대를 만들어간 주 요인이다.” 신 교수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들에서 변화를 내다보거나 초래한 이야기의 동력학을 살피는 일 또한 역사 서술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성 기자 ss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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