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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하게 만드는 힘… ‘글래머’의 마법

입력 : 2015-10-16 21:02:48 수정 : 2015-10-16 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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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머란 시각적 설득의 기술”
스포츠카는 정체 안 시달리고
하이힐은 발이 안 아플것같은…
신비감 연출… 행동으로 부추겨
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글래머의 힘/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글래머’ 하면 뭐가 연상될까. 십중팔구 풍만한 가슴이나 몸매를 가진 여성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글래머란 사실 ‘풍만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물론 여성 관련 언어도 아니다.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화려함과 매력, 부티, 귀티 등을 뜻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미국의 패션전문 칼럼리스트인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신간 ‘글래머의 힘’에서 글래머의 인류학적, 사회학적 의미를 따진다. 글래머란 애초 상대방을 설득하는 수사학, 즉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글래머러스한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건다면 이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고, 상상하고 열망하도록 설득하는 마법과도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글래머 여배우의 대명사인 샤론 스톤. 사진은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원초적 본능’의 한 장면.
열린책들 제공
글래머라는 현대적인 마법을 이해한다면 인기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선망을 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은 미래의 자신을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하이힐은 절대 발을 조일 것 같지 않다’ ‘스포츠카는 절대 교통 정체에 시달릴 것 같지 않다’ ‘인기 스타는 절대 콧물을 훌쩍이거나 머리가 헝클어질 일이 없을 것 같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것 같다’ 같은 신비감을 연출하고 싶다면 글래머러스해지라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소설가 살만 루시디의 2006년 언급은 흥미롭다. 루시디는 슈피겔지와 인터뷰에서 테러리즘의 동기로 ‘그릇된 사명 의식, 군중 심리, 영웅심, 폭력 미화, 그리고 글래머’를 꼽았다. “나는 자살 폭탄 테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일종의 죽음에 대한 매혹이 있다고 믿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무모한 행동을 부추기는 마력에 엉뚱하게 끌린다. 자살 폭탄 테러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파괴하고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동을 하면서도 글래머라는 상상력에 이끌려 영웅적 행동을 한다고 믿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글래머’의 힘을 제대로 활용한 정치인이다. 사진은 미 대선전에서 사용된 오바마 대통령 초상화.
열린책들 제공
루시디의 주장은 섬뜩하다. 글래머가 테러 행위를 부추기는 동기라니…. 테러 행위의 원천에는 분노 혹은 증오가 아니라 상상력(글래머)이 있다는 것이다. 종교적 순교나 지하드도 이런 글래머로 작동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전쟁 글래머도 비슷하다. 아킬레스, 다윗, 알렉산드로스, 기사, 사무라이, 전투기 조종사 등 전장의 남성들은 글래머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군인 모집 광고에는 흔히 첨단 과학기술의 글래머와 전쟁의 글래머가 어우러진 이미지를 사용한다. 예컨대 멋진 제복에다 첨단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그려넣는 식이다. 광고 속에는 피비린내 나는 전장의 현실은 완전히 빠져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는 글래머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대선 캠페인에서 오바마는 글래머의 대명사였다. 첫 대선 캠페인에서 비스듬히 위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초상화와 지평선을 향해 뻗어 나간 길을 형상화한 로고의 이미지는 글래머러스함을 내뿜는다. 아무리 정치적인 촉감이 높은 사람이라도 오바마의 완벽한 글래머 이미지에 넘어가고 만다는 것이다.

책에는 영국의 전기작가 제임스 보즈웰, 건축가 리처드 노이트라,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발레리나 미켈라 드프린스의 경험을 토대로 글래머란 마법을 차분히 설명한다. 저자는 “어린 소녀가 공주의 모습에서 무얼 보고, 젊은 청년이 해병대의 모습에서 무얼 보는지, 왜 어떤 주부는 세련된 주방을 동경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글래머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행동을 고취할 수도, 삶을 망치는 행동을 고취할 수도 있다. 글래머의 의미와 효과는 관객에 따라 달라진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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