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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작은 새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우정

입력 : 2015-10-16 20:50:08 수정 : 2015-10-16 20: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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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 뒤비크 지음/임나무 옮김/고래뱃속/1만3500원
사자와 작은 새/마리안느 뒤비크 지음/임나무 옮김/고래뱃속/1만3500원


뜰에서 일하던 사자 귀에 작은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작은 새가 날개를 다쳐 혼자 남았다. 무리에서 낙오된 거다. 사자는 집으로 새를 데려가 돌봐주고, 친구가 된 사자와 작은 새는 겨울을 함께 지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어요. 겨울은 정말 추워요. 하지만 둘이 함께라면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어느덧 봄이 찾아오고, 새도 날갯짓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 이제 작은 새도 가족에게 돌아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사자에게 새의 빈자리는 무척 크게 느껴지지만, 사자는 아파하는 대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한다. 늘 그랬듯이 뜰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식물을 가꾸다 보니 가을이 돌아왔다. 마음 한구석에 그리움을 안고 있던 사자에게 다시 작은 새의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 추억을 만들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우리 인생의 이야기를 캐나다 작가가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짧은 이야기 속에 그리움, 아쉬움, 슬픔, 설렘,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수채 물감과 2B 연필로 그린 따뜻하고 정겨운 그림은 사자의 감정을 읽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큰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고요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장면마다 짧은 글에 많은 뜻을 담았고, 때로는 아예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사자와 작은 새의 내면과 상황 설명이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어서 독자를 깊은 생각과 감동으로 이끌어 간다. 그림도 페이지마다 화면 분할을 다르게 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도록 했고, 전체적으로 여백을 충분히 두어 이야기를 충분히 음미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심지어 책 중반부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를 배치해, 하얀 눈이 쌓인 긴긴 겨울을 나타낸다. 이는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한층 더 생생한 숨을 불어넣으며 그림책 읽는 기쁨을 더한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인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일러스트 부문 수상작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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