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비리·기술이전 논란에 휘청… ‘아덱스’ 계기 새 도약 부푼 꿈
한때 창조경제의 모델로 불리던 방위산업은 언제쯤 어둠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해 통영함 납품비리 파문으로 불거진 방산비리와 최근 한국형전투기(KF-X) 기술이전 논란 등으로 방위사업 주관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일부터 25일까지 엿새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5)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군사외교와 국내 방산제품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場)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방사청은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아덱스를 계기로 새 도약을 꿈꾸는 방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k-9 자주포
◆창조경제 ‘아이콘’ 된 방산수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방위산업 분야 수출이 2012년 23억5300만달러에서 이듬해 34억1600만달러, 지난해 36억1200만달러 등으로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주요 방산 프로젝트 수주 성과 사례로 ▲태국 T-50 고등훈련기 4대 수출(1억1000만달러) ▲폴란드 K-9 자주포 차체 수출(3억1000만달러) ▲필리핀 FA-50 경공격기 수출(4억2000만달러)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 방위산업 제품의 수출은 1975년 풍산이 M1 소총 탄약을 필리핀에 판 것이 효시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수출활동이 전개됐으나 2000년대 중반까지도 연간 방산 수출액은 2억달러 규모에 그쳤다. 이후 209급 잠수함과 FA-50 경공격기 등이 수출 대열에 합류하며 수출액은 급격히 증가했다.

수출 대상 지역은 아시아, 북미, 중동 등 3개 권역이다. 최근에는 중남미가 부상하고 있다. 페루에는 KT-1 기본훈련기 20대(2억1000만달러) 및 군수지원함을 수출했고, 콜롬비아와는 함대함유도탄 및 발사대(8000만달러) 판매 계약이 성사됐다. 영국 및 노르웨이에 군수지원함을 수출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분석결과 이러한 방산수출로 지난 45년 동안 정부가 투자한 25조4000억원의 11.7배인 297조6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방산 수출의 이면에는 국방과학기술의 진보가 자리하고 있다. 변변한 소총 하나 만들지 못했던 나라에서 함정, 항공기, 미사일 개발까지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제 군사 분야 기술은 지속적인 민간 이양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민·군 기술협력으로 2009년부터 2015년 6월까지 232건의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됐고, 추가로 33건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독자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T-5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FA-50은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이라크와 필리핀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KAI 제공
◆방위산업의 미래


올 들어 방산 수출액은 9월 말 기준 19억달러다. 최근 5년간 방산수출액 증가세와 비교할 때 내리막길이다. 방위사업비리 수사가 장기화되고 글로벌 방산시장 환경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연말까지도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다소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자연히 방산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5, 6년 전만 해도 세계 방산시장에서 20위권이던 한국은 현재 13위 수준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거품이 낀 것도 사실이다. 방위산업 관련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은 세계 10위권 진입을 위한 수출 정책 및 시스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동주 숙명여대 교수는 현재 전체 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13%에 불과한 점을 거론하며,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수출산업화를 이룰 수 있는 여건 및 제도의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도 “국내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와 방산 R&D(연구·개발) 투자, 핵심원천기술 확보, ROC(요구성능) 잦은 변경 지양, 브랜드 가치 상승, 절충교역과 수출지원시스템 등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여건과 제도가 보완된다면 언제든 반전의 드라마는 연출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문제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에 나서는 세계 3위 무기수출국 중국과 시장 및 제품이 많이 겹칠뿐더러, 첨단 기술력과 글로벌 공동 연구를 내세운 일본 역시 최근 ‘전쟁 가능한 나라’로 회귀하며 무기시장에 진출해 앞으로가 더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방산비리 척결에 매진


장명진 방사청장은 지난 4월2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업무보고에서 ‘군의 끼리끼리 문화, 청탁문화’ 등이 방산비리 주범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방사청 조직이 비리행위를 적발하거나 처벌할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이실직고(以實直告)도 했다.

이후 방사청은 부패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방위사업 업무 추진 방향의 초점을 사업관리 전문성과 투명성 제고, 반부패 시스템 강화, 조직 및 인사 제도 혁신에 두고 당면한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데 맞췄다. 우선 방사청 내 각종 사업부서 인력을 재배치해 비리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방사청 내 104개 과·팀장급 직위의 절반이 넘는 54%를 물갈이했다. 그리고 군별 고유사업팀에 속한 자군(自軍) 비율을 50% 이하로 대폭 축소했다. 육군 사업에 해군, 공군 사업에 육군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특정 군에 휘둘려온 폐쇄적인 사업관리 행태를 없앤 것이다. 장 청장은 “팀장도, 직원도 올해 안에 모두 로테이션시킬 예정”이라며 영역을 파괴하는 인사 방침을 천명했다.

무뎌진 업무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방위사업에 민간 참여를 촉진하고 논란이 돼온 원가계산의 외주용역을 확대하는 한편 방사청은 그 대신 원가검증에 집중하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오픈 마인드를 집어넣어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