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현주의 일상 톡톡] "'고학력=좋은직장' 등식 깨졌다!"

입력 : 2015-10-13 05:00:00 수정 : 2015-10-13 07:53: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내의 한 대학교에서 인문사회계열 박사 코스를 밝고 있는 김모(39)씨는 논문 통과까지 이제 2년 정도 남았지만, 얼마 전 접한 한 정부산하기관의 채용 공고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현 상태에서 지원하면 석사학위자가 돼 그동안 공부했던 게 다 물거품이 되기 때문. 하지만 박사를 다 끝마치려니 나이 먹고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고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 배우고 있는 분야의 공부에 큰 흥미를 느껴 여기까지 왔는데 뒤늦은 후회가 된다”고 토로했다.

매년 박사학위 취득자가 1만3000여명씩 쏟아져 나오면서 예전처럼 박사학위가 있으면 원하는 일자리를 골라가던 시대는 지나갔다. 박사학위 소지자 배출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고학력 인력 수요는 그에 따르지 못해 오히려 고급인력의 취업난이 더 심각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학부를 시작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 10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이 기간 학비와 생활비 지출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시간과 비용을 보상해 줄만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해 박사 실업자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따르면 '2014년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조사'에서 박사과정 중 지출한 학비만 3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전체 응답자 7122명 중 29.8%에 달했다. 이들이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을 투자해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더 나은 대우의 직업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박사학위 취득자의 62.8%(총 응답자 3227명)는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대학'을 꼽았지만, 현재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은 35.9%(총 응답자 6677명)에 불과했다. 고급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한정적인데 구직자의 학력이 지나치게 인플레이션이 되다 보니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구할 수 있는 일자리 간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것이다.

직업능력개발원 김안국·유한구 박사가 지난해 8월 내놓은 '대학 및 전문대학 졸업자의 직종별 수요 추정' 보고서를 보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석박사 인력은 25만2901명이지만, 실제 인력은 113만589명으로 87만7688명이 과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가 2011년 '지역별 고용조사'를 기초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요즘 고급인력 과잉현상은 더욱 심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학력을 갖췄어도 일자리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향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보고서의 직종별 조사을 보면 고급인력이 필요없는 사무직종에 석박사 18만5369명이 취업해 있었고, 고졸이나 전문대졸이 주로 필요한 서비스직에도 석박사 1만8334명이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국내 한 은행이 250여개 우수 중소·중견 기업과 함께 개최한 취업박람회는 주로 특성화고 학생이나 대학생, 이직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지만, 석박사 학위 소지자도 상당수 참가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2년 박사인력활동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22만85명 중 2.5%는 현재 '실업' 상태에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기에 '비경제활동' 상태인 응답자 5.8%를 합하면 박사 100명 중 8명은 일을 하지 않는 셈이다.

고학력자의 일자리 하향지원은 사회 전체적으로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석박사 인력의 하향지원은 대졸자가 전문대졸 일자리로, 전문대 졸업자가 고졸 일자리로, 고졸자가 그 이하의 일자리로 내려가는 연쇄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김안국 박사는 "석박사의 증가는 '학력주의'의 표출로 볼 수 있다"며 "학업성적에 따른 일자리 배치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교육을 정상화하는 등 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내 대학원 수와 입학정원은 지난 10년간 크게 늘었지만 일반대학원의 취업률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학원 수와 입학정원은 10년 전인 2004년과 비교할 때 대학원은 17.4%(179개), 입학정원은 6.2%(7590명) 늘었다.

학교 유형별로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 전문대학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전문대학원 수는 10년 전보다 83.8%, 입학정원은 129%가 각각 증가했다.

박사 과정 졸업자는 2004년 8008명에서 2014년 1만2931명으로 2004년 대비 4923명(61.5%) 증가했고, 석사과정 졸업자는 2004년 6만6720명에서 2014년 8만2805명으로 2004년 대비 1만6085명(24.1%) 늘었다.

지난해 배출된 석박사 수는 약 10만명 수준으로, 매해 6만명 수준의 박사과정 졸업자를 배출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총 2189개의 대학(일반 4년제 기준) 중 12.3%인 270개 대학만이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
  • 박은빈 '반가운 손 인사'
  • 고현정 '여전한 동안 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