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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양지行·제3性 다루는 해외…여러분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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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1 06:00:00 수정 : 2015-10-11 15: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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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수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인가? 아니면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인가?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직도 성소수자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다. XX, XY염색체로 나뉘는 성별 경계를 넘는 것과 관련해 해외, 국내의 시각은 어떤지 살펴봤다.

◆ 성전환 ‘딸’·성전환 교수·성전환 배우…양지로 나온 그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사는 에리카는 성전환 수술받은 ‘딸’의 영상을 최근 유튜브에 공개했다. 에스트로겐 캡슐을 선물로 받은 열네 살 아이의 영상은 게재 보름 만에 조회수 540만건을 돌파했다.

소녀는 원래 남자였다. 2년 전, 성전환수술을 받았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호르몬치료는 받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얼마 전 합법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자 에리카는 에스트로겐 선물 이벤트를 열었다.


에스트로겐 캡슐을 선물받고 좋아하는 소녀. 에리카는 호르몬 치료를 받게 된 기념으로 '딸'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다.(사진=유튜브 Just An Ordinary Girl 영상화면 캡처)


예상외의 호응에 에리카는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미국 ABC뉴스에 “성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 달라”며 “외모는 바뀌어도 사람의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약 200만명의 트렌스젠더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에서 지난 5월, 성전환수술을 받은 교수가 대학교 총장에 임명돼 화제가 됐다. 올해 51세인 마노비 반됴파드헤이는 지난 2003년 성전환수술을 받고,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를 통해 여성으로 거듭났다.

마노비가 수월히 사회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문제 삼지 않았지만 동료교수들은 그가 성전환자라며 같은 ‘교수’로 인정하지 않았다. 마노비는 벵골어 교수로 지내면서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성전환수술로 남성이 된 배우가 영국 BBC 드라마 '이스트엔더'에서 '성전환 남성'을 연기한다. 영국 네티즌들은 해당 드라마 제작진에 격한 비난을 쏟고 있다.(사진=영국 가디언 캡처)


이런 가운데 영국 BBC 드라마 ‘이스트엔더’ 제작진이 성전환수술로 남자가 된 배우를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라일리 카터 밀링턴은 이달 중 이스트엔더 촬영에 투입된다. 그가 맡을 캐릭터 ‘카일’도 성전환 남성으로 등장한다. 제작진은 라일리의 인생이야기를 토대로 형성된 감정이 극에 투영되기를 바란듯하다.

라일리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남자, 배우로서 완벽한 삶을 살고 싶었다”며 “‘이스트엔더’ 촬영으로 꿈을 이루게 됐다”고 기뻐했다. 라일리는 “얼른 촬영을 시작하고 싶다”며 “시청자들에게 작품이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BBC를 보는 시선은 차갑다 못해 얼어붙을 지경이다. 해외라고 해서 성전환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닌듯하다.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에 달린 현지 네티즌들의 댓글은 BBC와 제작진을 비난하는 내용 일색이다.

“이스트엔더말고 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하라” “‘이스트엔더’는 내 인생 최악의 드라마가 될 것” “정말 어리석은 결정”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새로운 시도다”처럼 제작진에게 기대를 거는 댓글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다.

◆ 세상에는 남녀만 있는 게 아니다…제3성 단어 채택 눈길

지난 3월, 스웨덴이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성(性)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전에 추가할 뜻을 드러낸 가운데 영국의 옥스퍼드 영어사전 집필진도 ‘성적 중립성’을 지닌 단어를 채택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수석 에디터 조나단 덴트는 올 5월,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트렌스젠더나 자신의 성을 밝히길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해 ‘Mx’라는 단어를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Mx’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 따라 쓸 수 있는 단어의 예가 될 것”이라며 “단어가 자신을 정의하는 게 아닌 사람들 스스로가 단어로 자기를 정의하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는 게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 집필진은 'Mx'라는 제3성(性) 단어를 채택했다.(사진=영국 메트로 캡처)


사전 집필진은 매년 사용빈도에 따라 이듬해 어떤 단어를 실을지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x’ 채택도 몇 년 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조금씩 쓰여온 사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Mx’는 잉글랜드 브라이튼과 호브 의회가 2년 전 처음 사용했으며,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이 지난해 해당 단어를 도입하면서 사용빈도가 높아졌다. 영국 체신공사 ‘로얄 메일’도 ‘Mx를 사용하라’는 일반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쓰임도가 잦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마다 새로운 사전을 펴내는 스웨덴 학술원은 올 3월, 남자(han)도 여자(hon)도 아닌 대명사 ‘hen’을 4월부터 사용한다고 밝혔다. ‘hen’은 스웨덴에서 1960년대 처음 만들어졌으나 널리 쓰이지 못하다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사용 논의가 이뤄지면서 사전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 성호르몬 주사 ‘군면제’ 무죄…“여자 되고 싶다” 父 요청은 기각

성소수자들의 양지 등장과 이들을 향한 시각의 변화에 전 세계가 꿈틀대지만, 우리나라 네티즌들에게 이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와 다른 게 틀린 것은 아니라며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으나, 혐오하는 반응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국내 법원 판결이 있어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7월, 성호르몬 주사로 군면제를 받았더라도 어려서부터 여성의 성정체성을 지녔다면 무죄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됐다.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모(2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대전지법은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1년 입대한 김씨는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군 관계자에게 “남자를 좋아한다”며 성정체성 혼란을 고백한 그는 10개월 뒤 재검을 조건으로 귀가했다. 성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트렌스젠더로 보인다는 말에 10개월간 17차례에 걸쳐 주사를 맞은 김씨는 신체검사 당일 여장으로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법원은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항소를 기각한 재판부는 중학생 때부터 여성으로의 성전환을 고민하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김씨의 고통을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교 때는 여장을 하고 남자를 사귀는 등 애초 여성성이 강한 사람이라면 여성호르몬 투여를 병역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군면제가 주사를 맞은 계기가 됐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여성화를 시도한 점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보다 1년여 앞선 작년 4월에는 ‘아버지’의 성전환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는 한 남성의 호소가 법정에 울려 퍼졌다.

여성성으로 이혼한 아버지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봐온 A씨가 성인이 된 후, 남자에서 여자로의 성별 정정을 동의해달라는 부친의 요구를 받은 것이다.

낯선 남자를 데려와 잠자는 아버지 때문에 집이 공포의 장소가 됐던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을 피해자라 지칭했다. 특히 아버지가 여자가 된다면, 가족관계등록부의 부모가 모두 ‘여성’으로 표기돼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했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인천지법은 A씨 아버지가 낸 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했다. 성별 정정에 반대하는 가족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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